뒤땅과 부상의 역학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예전에 동경하던 것 중의 하나는 공 앞쪽으로 남는 디봇이었다. 우아한 스윙으로 샷을 하면서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과 함께 날아가는 잔디를 보며, 역시 잔디를 파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공을 쳐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부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디봇을 내는 행위는 절대 좋은 동작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 얇게 디봇을 형성하는 프로들조차 이러한 반복적인 지면 타격으로 인해 부상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스윙 궤도가 프로와 다른 아마추어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디봇을 내는 행위는 손목과 팔꿈치에 중대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부상에 가장 취약한 동작은 스윙이 급격하게 멈추는 동작이다.
얇게 디봇을 내든, 아마추어처럼 깊거나 두꺼운 디봇을 내든, 일단 채가 지면과 부딪히며 강제적으로 감속하는 순간에는 상지 전체에 큰 충격이 전달된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같은 운동량 변화(Δp)라도 감속이 일어나는 시간(Δt)이 짧을수록 순간적인 충격력(F)은 커진다 (F·Δt = Δp). 지면은 볼과 달리 거의 변형되지 않는 물체이기 때문에, 클럽이 지면에 박히는 순간의 감속 시간은 극히 짧고 충격력은 극대화된다.
임팩트 순간 왼손(lead arm)은 ulnar deviation(척측 편향)된 채로 지면을 타격하게 된다. 이때 급격한 감속력이 손목에 집중되면서 다음과 같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삼각섬유연골복합체(TFCC) 손상이다. TFCC는 손목 척측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물인데, 반복적인 지면 충격으로 인한 압박이 누적되면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TFCC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잘 되지 않으며, 수술을 해도 통증이 남아 앞으로의 골프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둘째, ECU(척측수근신근) 건의 손상 및 탈구다. ECU는 스윙 중 손목을 안정시키는 핵심 건인데, 나무뿌리나 돌과 같은 단단한 물체를 타격하거나 뒤땅을 칠 때 급격한 감속력에 의해 건초(tendon sheath)가 파열되면서 건이 제자리에서 탈구될 수 있다. 실제로 조던 스피스는 2023년 ECU 건 탈구로 시즌을 사실상 망쳤는데, 본인이 직접 "지면에 충격을 가하는 모든 샷이 올해 나에게 좋지 않은 시나리오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드라이버(지면 타격 없음) 통계는 13위였지만, 어프로치 샷(지면 타격 필수)은 131위까지 떨어졌다는 점이 지면 충격과 부상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양손의 유구골 갈고리(hook of hamate) 골절이다. 클럽 그립의 끝부분이 손바닥의 유구골 갈고리 바로 위를 지나가는데, 지면을 강하게 타격하는 순간 충격이 그립을 통해 이 돌출된 뼈에 집중되면서 골절이 발생한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경우 2022년 hook of hamate fracture에 대하여 수술을 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로, 프로 또한 이러한 부상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팔꿈치 역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왼팔(lead arm)의 경우, 지면과 충돌하면서 그립을 꽉 잡는 보상 동작이 일어나는데, 가뜩이나 아마추어에서 과활성화되어 있는 ECRB(단요측수근신근)에 과부하가 가해져 테니스 엘보(외측 상과염)가 생길 수 있다. 오른팔(trail arm)의 내측은 감속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flexor-pronator mass의 기시부에 과부하가 걸려 골퍼 엘보(내측 상과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스코어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의 경우, 스핀과 탄도 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디봇을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아마추어보다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공을 먼저 타격한 후 지면을 타격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에너지 전달의 관점에서 보면 명확하다. 정상적인 descending blow에서는 클럽헤드의 운동에너지가 먼저 볼에 전달된다. 볼 임팩트 후 클럽헤드에 남아있는 에너지는 이미 상당 부분 감소한 상태이므로, 이후 지면과 접촉할 때의 충격력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프로는 얇게 잔디를 스치듯 디봇을 내기 때문에 감속이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충격력이 더욱 분산된다.
반면 아마추어의 경우는 다르다. 연습량이 적고 스윙 자체가 프로와 다르기 때문에, 디봇을 낼 때 공이 아니라 땅부터 타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뒤땅이다. 이 경우 클럽의 에너지가 볼에 전달되기 전에, 전체 운동에너지를 가진 채로 멈춰 있는 지면과 충돌하게 된다. 충돌 시간이 극히 짧을 뿐 아니라 급격히 감속하는 과정에서의 에너지를 골퍼의 상지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급성 부상의 위험이 높다.
정리하면 이렇다.
프로: 볼에 에너지 전달(감속) → 얇은 디봇 → 점진적 감속 = 주로 만성 부상 (과사용에 의한 건병증, 연골 변성)
아마추어 뒤땅: 전체 에너지가 지면에 충돌 → 급격한 감속 = 급성 부상 위험 (골절, 건 파열, 인대 손상)
또한 일부 아마추어 골퍼에서는 — 본인의 본래 직업이 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 과한 연습량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스윙이 정석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량만 많으면, 잘못된 동작의 반복이 누적 손상을 가속시킨다. 특히 연습장 매트의 경우, 매트 아래가 콘크리트인 경우가 많아 감속 거리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천연 잔디는 어느 정도 변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지만, 매트 위의 뒤땅은 반작용력이 거의 100% 상지로 전달된다. European Tour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선수들 본인이 매트와 딱딱한 지면에서의 연습을 ECU 건병증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아마추어에게 이 위험은 더 크다.
문제는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이러한 부상이 생겨도 옆에서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훈련을 지속하거나, 연령이 높아 젊은 프로 골퍼들에 비하여 회복이 쉽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아마추어 골퍼는 어떻게 공을 치는 것이 좋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골프를 잘 치기 위함이 아니라 부상 위험을 줄이면서 오랫동안 재미있게 골프를 치는 것이다. 프로와 같이 공을 먼저 타격하고 얇게 디봇을 내는 연습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이렇게 연습할 시간도,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한 후 회복할 수 있는 몸 상태도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아크(arc)를 크게 가져가면서 공을 쓸어치는 느낌으로 치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로 아담 스콧이나 타이거 우즈, 그리고 김주형 선수와 같은 PGA 선수들의 레슨 영상이나 연습 영상을 보면, 아이언도 쓸어치는 느낌으로 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경우 유명한 "no divots" 발언이 있었는데, 전성기 시절 자신의 기본 구질이 드로우였기 때문에 in-to-out 스윙 패스에서 자연스럽게 shallow한 angle of attack이 나왔고, "하루 종일 연습해도 어디서 볼을 쳤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볼 위치를 일반적인 투어 프로보다 약간 앞에 두는 편이라 아이언을 파내기보다 쓸어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https://youtu.be/KEd8B9QnPW4?si=351rfRH4-o11nHwO
골프 스윙 자체가 곡선을 이루기 때문에 땅에 있는 공을 쓸어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회전 반경을 크게 가져가면, 곡선 운동에서도 어느 정도 직선과 유사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Shallow한 angle of attack으로 스윙하면 클럽헤드가 지면과 거의 접선 방향으로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수직 반작용력 성분이 대폭 감소하고, 감속도 길게 분산되어 일어난다.
이것을 부상 위험의 스펙트럼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부상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공을 직접 내려찍으려는 시도보다는 공을 쓸어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연습하는 과정에서 탑볼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뒤땅을 치면 공은 거리 손실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떠서 가긴 하기에, 차라리 뒤땅을 치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하지만 탑볼은 어찌 됐든 지면이라는 비변형성(non-deformable) 물체와의 충돌이 없기 때문에 급격한 감속에 의한 부상 위험은 현저히 줄어든다. 뒤땅은 거리 손실뿐 아니라 손목 부상이라는 대가까지 치를 수 있다.
혹자는 이것이 캐스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캐스팅이란 다운스윙 초기에 손목의 코킹이 너무 일찍 풀리면서 kinetic chain의 순서가 역전되는 현상인데, 이것은 쓸어치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다. 캐스팅은 kinetic chain 순서 역전으로 인한 보상 동작으로 오히려 손목의 부상 위험을 높인다.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은 이전 글들에서도 언급하였듯 kinetic chain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타격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의 글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TFCC나 ECU 건초와 같은 부위는 손상이 발생하면 회복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수술을 해도 통증이 남아 앞으로의 골프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짐 퓨릭은 좌측 TFCC 파열로, 루크 도널드는 좌측 ECU 건초 파열로, 조던 스피스는 ECU 탈구로 수술대에 올랐다. 프로도 피하지 못하는 부상을 아마추어가 무리해서 감수할 이유는 없다.
나는 아마추어 골퍼의 목표는 그날 하루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즐기고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한 연습량으로 스코어를 잘 내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연습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해버리면 다시 골프를 치러 돌아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무리해서 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스코어를 조금 잃더라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