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 2025. 5월)
시간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와 저탄수화물 식단이라는 전략을 일관되게 실행한 뒤 나온 수치들은 단순한 ‘정상’을 넘어, 대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간은 지방 산화, 당신생(gluconeogenesis), 케톤 생성 등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관입니다. 특히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화물 식단을 병행할 경우 간의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이 관건이 됩니다.
AST 28, ALT 29, γ-GTP 37.
모두 기준 범위 내입니다. 급격한 체중 감량이나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간 효소 상승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번 결과는 간이 스트레스 없이 지방 대사에 적응했음을 시사합니다.
AFP 2.4 역시 매우 안정적입니다.
B형 간염 항체 107.1은 면역 형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간 건강의 장기적 안전망도 확보된 상태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지방을 태우는 식단”이 간을 혹사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으로 재훈련시켰다는 점입니다.
검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질 대사입니다.
중성지방(TG) 44 : 150 미만이 ‘정상’이지만, 44는 대사 의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입니다. 중성지방은 탄수화물 과잉 섭취와 밀접하게 연결된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간에서 de novo lipogenesis(신생 지방 합성)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HDL 78 : HDL은 단순히 “좋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reverse cholesterol transport를 담당하는 보호 인자입니다. 70 이상이면 심혈관 보호 효과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합니다.
TG/HDL 비율 0.56 : 이 비율은 인슐린 저항성의 간접 지표로 널리 사용됩니다. 1 미만이면 인슐린 감수성이 매우 양호하다고 봅니다. 0.56은 대사 증후군과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패턴입니다.
총 콜레스테롤 211은 수치만 보면 경계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HDL이 높아 생기는 구조적 상승입니다. LDL 입자 크기나 ApoB까지 보지 않는 이상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패턴만 놓고 보면 atherogenic profile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방을 먹어서 혈관이 막힌다”는 단순 공식은 이번 결과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탄수화물 제한 + 높은 HDL + 낮은 TG라는 조합이 핵심입니다.
공복 혈당 96, 당화혈색소(HbA1c) 5.4%
당화혈색소 5.4%는 당뇨 전단계(5.7%)보다 한참 아래입니다. 이는 지난 3개월 동안 혈당 변동폭이 작았다는 의미입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적고,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게 요구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간헐적 단식은 인슐린 기저치를 낮추고, 인슐린 수용체 민감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수치는 그 전략이 생리학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체중이 줄었다”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BUN 18.3, 크레아티닌 0.8, 요산 5.0
모두 안정적입니다. 신장 여과 기능(GFR을 직접 계산하진 않았지만)을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면, 고단백 섭취가 병적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는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첫째, 단백질 섭취량이 과도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근육량이 유지되면서 체지방 위주 감량이 이루어졌다는 점.
68세에서 다이어트의 최대 리스크는 근감소(sarcopenia)입니다. 현재 수치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Hb 14.7, RBC 5.10. : 빈혈 소견 없음. 백혈구, 혈소판도 안정적.
굶기식 감량이었다면 헤모글로빈이 흔들리거나 면역 세포가 불안정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충분한 단백질과 미량 영양소 섭취가 병행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생리적 활력은 유지되었습니다.
비중 1.015, pH 6.0., 단백뇨, 당뇨 음성.
체내 수분 균형과 신장 여과 기능이 정상입니다. 단식 중임에도 케톤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는 케톤 생성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성과 사용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케톤을 과잉 배출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검사에서 유일하게 재평가가 필요한 부분은 혈압입니다. 대사 지표는 매우 우수한데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상승해 있습니다. 현재는 135/93입니다.
* 나트륨 섭취 증가(저탄수 식단에서 흔함)
* 교감신경 항진(스트레스, 수면 질 저하)
* 혈관 탄성 감소(연령 관련)
[전문 용어 풀이]
AST, ALT, γ-GTP: 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효소들입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간 건강이 양호함을 뜻합니다.
AFP (Alpha-Fetoprotein): 간암이 있을 때 수치가 올라가는 종양 표지자입니다.
HDL 콜레스테롤: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제거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입니다.
LDL 콜레스테롤: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입니다.
중성지방 (TG):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 중 쓰고 남은 것이 지방으로 저장된 형태입니다. 수치가 높으면 혈관 건강에 해롭습니다.
인슐린 감수성: 몸의 세포가 인슐린 호르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여 혈당을 잘 조절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높을수록 건강합니다.
당화혈색소 (HbA1c): 지난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BUN, Creatinine: 신장이 혈액 속의 노폐물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