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대학원에 재학중인 변호사입니다.
미술과 관련된 중요 판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법은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가 - 항상 고민스럽습니다.
대한민국 미술계의 사건사고에 대해 생각하면 많은 분들께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을 떠올리실겁니다. 사건은 미술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오늘 제가 가져온 판례는 폭풍이 조금 잦아든 후의 이야기입니다.
■ 사건의 진행
천경자 화백은 오랜시간 <미인도>를 두고 국립현대미술관과 진실공방을 벌였습니다. 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작가는 "내가 낳은 자식을 못알아보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천경자 화백은 절필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 혐의, 저작권법위반 혐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이 때, 수사기관은 국내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전제 하에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유족들은 "수사기관이 감정위원에게 감정의견을 진품으로 바꾸도록 개입했다"는 점을 들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판결은 2025년 9월에 확정되었습니다.
■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수사기관이 감정인을 회유하려고 하였거나, 감정결과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수사기관의 회유나 개입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때, 검찰이 위작 의견을 낸 감정인에게 "진품으로 보면 어때요?"라고 묻고, 진품이라고 보는 다른 전문가들과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 사실은 인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감정인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전문성에 기반한 판단을 했고, 수사기관은 감정인의 판단에 따른 처분을 했다는 점을 들어 부당한 개입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판례를 보면서 저는 감정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결국 사건을 결정짓는 것은 미술 전문가들의 감정결과니까요.
미술품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법원이나 행정청은 전문가인 감정인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원론적으로는 감정인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감정인의 판단을 전문성이 부족한 법원이나 행정청이 뒤집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몇년 전에는 앤디워홀의 작품 <다이아몬드 더스트 슈즈>의 감정가를 둘러싸고 상속인과 과세당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었는데요. 이런 사건에서는 감정 결과에 따라 수억원이 오가게 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미술계와 법조계 모두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