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미술경영 석사과정중인 변호사입니다.
미술분야의 주요 판례들을 정리하면서, 법과 미술의 접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 가져온 사건은 작가의 인격권 침해로 손해배상이 인정된 건입니다.
■ 사실관계
도라산역은 서울역과 신의주역을 잇는 철도의 중간역입니다. 정부는 도라산역 내에 통일문화 광장을 조성하고 벽화를 설치했습니다.
담당자와 작가는 벽화를 설치하기 위해 수차례 미팅을 했고, 그 결과 벽화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벽화 설치로부터 약 3년만에 '작가 개인이 지나치게 부각된다', ‘관광객의 이해하기 곤란하다’, ‘어두운 색채와 반복적 내용이다’, ‘프린트 방식으로 아우라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작가와 상의 없이 벽화를 철거하고 철거된 작품을 소각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대한민국이 작가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1천만원의 위자료 배상을 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작가에게 일반적인 인격권이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작가는 예술작품이 공공장소에 전시되어 일반대중에게 상당한 인지도를 얻는 등 저작자로서도 자신의 예술작품이 공공장소에 전시보존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정당한 이익을 가질 수 있으므로 담당 공무원의 저작물 폐기는 저작자로서의 명예감정 및 사회적 신용과 명성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담당자들은 이미 작가와 미팅을 가지며 작품 내용을 협의하였으므로 철거 사유로 들고있는 것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작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작품의 원형을 손상하는 방식으로 철거 후 소각한 것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은 자주 충돌합니다. 공공미술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1981년 발생했던 <기울어진 호> 사건입니다. 리차드 세라는 뉴욕 연방광장에 길이 36m 높이 3.6m의 거대한 철제 벽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가 연방정부는 작품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작가는 정부의 결정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한다"고 보아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작품은 철거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은 긴장관계에 있고, 반드시 어느 것이 우선한다 볼 수는 없으니 개별적인 이익형량이 필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작가를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