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모내기>와 국가보안법

by 김학영 변호사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대학원에서 공부중인 변호사입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법적 사건들을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오늘은 민중미술의 대부 신학철 작가님의 작품 '모내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사건의 전개


신학철 작가는 작품 모내기는 1986년에 구상되어 1987년에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내기 작품은 반국가단체 를 찬양·고무하거나 국가의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작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내기.jpg



재판은 길었습니다.


1심 무죄

2심 무죄

3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

2심 유죄

3심 유죄확정


결국 대법원 판결을 두번이나 거쳐서 신학철 작가는 유죄로 확정되었습니다.




■ 무죄 판결의 취지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우선 '특정부분을 전체 그림에서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해석하여 그것이 이적성을 띠는 것인가 여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되고, 각개의 구성부분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서 작품전체의 구성과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리고 작품 하단부는 통일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서의 외세와 저질 외래문화를 배척하고 우리사회를 민주화하여 자주적,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국통일에의 의지 및 염원을 드러낸 것, 상단부는 통일이 주는 기쁨과 통일 후의 평화로운 모습을 이상향으로 묘사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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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죄 판결의 취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표현의 자유는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서는 제한될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또한, 표현물 즉 작품 자체의 내용 뿐만 아니라 제작의 동기, 외부와의 관련성,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작품 외적으로 1) 민중미술은 순수미술이 아니라 민족과제에 복무하는 미술로서 민중들의 통일의지를 심어주고 민중의 민족해방의지를 구체화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점, 2) 당시 북한의 주체사상을 좇은 남한 혁명이론이 득세한 사실, 3) 신학철 작가가 민족미술협의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통일의 저해요소인 외래저질 퇴폐문화와 미·일 외세, 군사독재정권, 지주 등 자본가 계급 등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그림 상반부는 전체적으로 풍요롭고 평화로운 광경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을, 하반부는 남한을 그린 것으로서 미·일 제국주의와 독재권력, 매판자본 등 통일에 저해되는 세력들이 가득하며 농민으로 상징되는 민중 등 피지배계급이 이들을 강제로 몰아내면 38선을 삽으로 걷듯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된다는 내용을 묘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북한의 사상적 위협이 매우 강했고 그에 동조하는 지식인들 또한 많았으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게 불가피해 보이기도 합니다.


세대에 따라 의견이 많이 나뉠 것 같습니다. 80년대생인 저는 딱 중립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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