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매체 이후의 미술
지식재산을 다루는 변호사이자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법과 미술이 얽히는 판례를 살펴보고 고민합니다.
■ 배경설명
김수자 작가는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로, 여성과 이주민 그리고 유목민의 정서를 표현하며 대중적 인기와 미술계의 호평을 모두 받고 있습니다.
한국적 정서와 개인적 경험을 모두 녹여낸 <보따리> 작품부터, 공간을 호흡하는 작품까지 오랜 시간 활동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5년에 선혜원에서 개최된 전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진 되기도 했었죠.
김수자 작가의 <바늘여인>은, 퍼포먼스이자 설치미술 작품입니다. 작가는 세계 여러 도시의 한복판 사람들의 흐름에 서서 하나의 바늘이 되어 시간과 공간을 꿰어내고 봉합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했던 바느질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여성의 가사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치유와 소통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김수자 선생님의 작품과 인터뷰, 비평은 공식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 사건의 사실관계
삼성문화재단은 김수자 작가의 작품 <바늘여인>이 담긴 DVD 4장을 수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삼성문화재단은 이 DVD 4장을 "예술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제외하는 내용의 수입신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예술품을 수입할 때에는 관세와 부가세가 모두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울세관은 작품이 담긴 DVD를 일반 레코드로 보아 관세와 부가세를 과세했습니다.
이에 삼성문화재단은 이러한 서울세관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결론적으로 법원은 사건에서 문제된 DVD를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관세와 부과세를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때 법원은, "설치미술이란 여러 가지 소재를 매체로 삼아 현장에서 이를 일정한 방법으로 설치·조립하여 형태를 완성하는 것으로서 전시공간을 환경화하는 방법 등으로 공간을 조형한다는 점에서 입체를 수단으로 공간에 표현하는 조형미술인 조각에 가장 유사하다"고 판시하며 DVD를 조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근대의 미술비평은 매체를 중요시 했습니다. 모더니즘의 대표 주자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회화나 조각이라는 매체를 구별하고 매체의 순수성을 살릴 수 있는 예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매체의 구분은 무너집니다.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설치미술이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회화처럼 평면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조각처럼 3차원의 공간을 점유하기도 합니다. 더 밀어붙이면, 디지털 이미지의 경우 파일 형식(format)을 바꾸며 네트워크상에 존재할 뿐 어떠한 물리적 실체도 없습니다.
우리는 예술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찾아야 할까요?
또 법과 제도는 전통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 예술을 어떻게 규율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