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밤

오카야마의 작은 사케바에서

by 골목여행자

2년 전, 히로시마부터 오카야마,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고 며칠 동안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오카야마는 직항이 있긴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다. 사실 관광객 자체가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해가 지나고 나면 거리는 퇴근하는 현지인들로 채워지고, 여행자들에게는 어쩌면 조금은 심심한 시간이 흐른다.


그날 저녁도 그랬다. 그래서 혼자 뭘 하면 좋을까 구글 맵을 뒤지다가 우연히 숙소 뒷골목 사케바를 발견했다.

지금처럼 사케에 푹 빠져 있던 때는 아니어서 일부러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았다. 그냥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24년 오카야마 사케바 花門

평일 저녁인지라 가게가 붐비진 않았다. 그래도 '이방인' 혼자 어느 한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멋쩍게 느껴지진 않을 정도의 적당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일본어 메뉴판이 나왔다. 영어나 한국어는 없는지 여쭤봤지만 일본어 밖에 없다고 했다. 역시 관광객들이 많진 않은가 보다. 그래서 파파고로 사진을 찍어가며 번역을 돌렸다.


그런데 내가 한국어 메뉴 찾는 걸 들은 다른 손님이 나에게 한국 사람이냐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어왔다. 한국 사람이고, 여행 중이라고 간단하게 답변했다. 그러고 나서 메뉴 번역에 다시 집중했다.


나 말고 다른 손님은 두 팀이었는데 자연스럽게 합석을 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그분들의 웃음소리가 있어서 다찌석에 혼자 앉아 있는 나도 왠지 덜 어색한 느낌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BGM 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도 같이 합석하지 않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간단한 일본어 대화는 할 수 있지만 혼자서 처음 만난 현지인들과 합석을 해 본 적은 없었기에 조금 망설였다. 그랬더니 주인 분께서 가게에 자주 오시는 단골 분들이라며 같이 이야기 나누라며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셨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이 도시에, 그리고 유명한 맛집이 아닌 그들의 단골 가게에, 그들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이방인이 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일본에 얼마나 자주 오는지, 오카야마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일본의 어떤 점이 좋은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이렇게 일부러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살짝의 설렘도 느껴졌다.


그들의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반겨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케라며 나눠 주기도 하고, 여기선 이 안주가 맛있다며 시켜 주기도 하고 마치 자신의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반갑게 대해줬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일본 소도시를 혼자 찾아다닌 것이.


처음 이 여행을 계획할 때는 단지 가보지 않은 곳들을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사카에서 몇 개월 잠깐 살기도 했고 도쿄 같은 큰 도시는 자주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그저 새로운 곳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런데 오카야마에서 그날 밤은 새로운 여행지 그 이상의 기억으로 남았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라는 약간의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을 금세 잊게 해주는 사람들의 순박함과 따뜻함.


그날의 감정을 기억하며 지금도 나는 작은 도시들을 혼자 찾아다닌다. 누군가의 일상이 흘러가는, 그런 곳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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