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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홍 Jan 26. 2017

[#30]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상조회사 제대로 고르기

매경 프리미엄 기고문

                          

장례식장은 분주하다. 상주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고, 식사 자리에 앉아 감사 인사를 나눈다. 조문을 마치고 간 손님들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조문객을 맞는다. 유족들은 고인의 입관 절차와 장지에서의 장례 절차를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보통 고인이 돌아가신 시간에 따라 이틀에서 삼일 동안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나이 든 부모들은 본인의 죽음으로 자식들이 고생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데 요즘 자식들은 장례 절차 및 의식에 대해 잘 모른다. 자녀들은 장례식에서 부모님이 가시는 길을 잘 모시는 것이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상조 서비스이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국내 상조업계 회원 수는 419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 12명당 한 명이 가입한 셈이며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세 집당 한 집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조업의 특성은 보험업과 비슷하다. 미리 돈을 받아 적립한 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금을 지급하는 형태이다. 보험업과의 차이점은 보험은 가입하면 보험료가 전액 납입되지 않았더라도 보장한 금액(즉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는 반면 상조업은 납입 도중 장례가 발생하면 미납한 약정금액을 일시불로 납입하여야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보험회사의 보험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상조업은 현금 대신 인력 서비스와 물품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상조업체는 장례가 발생하기 전까지 고객들의 선수금을 적립해 놓을 수 있으며, 현금 대신 서비스와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영업 마진을 높일 수 있다. 적립된 선수금은 상조회사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고객의 돈을 임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보니 상조회사 경영진의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조회사 경영진이 개인의 부동산을 구매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고객의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방만한 경영은 상조업체의 부실을 몰고 왔다. 신규 고객 유치가 잘 안될 경우 돌려 막기가 어려워져 고의로 폐업하고 고객의 돈을 떼어먹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설립에 아무런 제한이 없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규정하고, 등록제를 도입했다. 또한 2016년 1월 25일부터는 더욱 강화된 할부거래법을 시행했다. 자본금이 3억원에서 15억원 이상인 업체들만 상조업체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업체는 2019년 1월까지 자본금을 증자한 후 재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모든 상조회사는 회계법인의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했으며, 회원들에게 미리 받은 대금의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상조회사에 부도가 발생하거나 폐업시 공제조합이나 지급을 보증한 은행에서 고객들의 선수금 중 50%를 대신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례를 담보로 미리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업체의 신용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상조업체의 공제조합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공제조합에 가입한 업체라고 해도 선수금의 50%를 모두 납입하지 않고, 일부 수수료만 납부하고 지급 보증만 받은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 상조업체가 폐업할 경우 공제조합이 고객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공제조합이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제조합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도 미흡하다. 그렇다면 신규 소비자들은 상조 서비스 가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존에 가입한 고객들은 납입한 금액을 손해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http://premium.mk.co.kr/view.php?no=17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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