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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홍 Jul 17. 2017

[#40] 소 잃기 전 외양간 단속하자

CLO 기고문 , 중소기업에서 꼭 갖춰야할  ‘자금관리 내부통제'



http://clomag.co.kr/article/2294


자금관리 내부통제, 자금 부족한 중소기업도 꼭 지켜야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불확실한 미래는 두렵다. 때문에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노후의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다. 우리는 모두 일종의 ‘내부통제제도’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내부통제를 구축하는 첫 번째 이유는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내부통제의 일환으로 화재 방지용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작동은 잘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관리하며, 회사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연구소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IT 보안시스템 구축에 큰돈을 들인다. 


회사가 내부통제를 구축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다. 잘 구축된 내부통제제도는 회사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업무를 프로세스별로 쪼개서 구체화하고, 그것에 대한 업무분장을 확실히 함으로써 회사의 업무 흐름을 ‘시스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제도는 왜 필요한가 


그러나 중소기업이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부통제제도를 구축한다는 것은 발생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현재의 비용’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부통제제도를 통해 업무가 얼마만큼 효율화되고 그것이 회사 수익성 개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이런 탓에 경영자는 내부통제에 지출되는 비용이 매출과 직결되는 비용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부통제제도 구축에 소극적 태도를 취한다.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최고의 성과를 내야하는 중소기업이 불확실한 곳에 자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내부통제가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자금관리에 대한 내부통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농부는 소를 잃기 전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외양간의 문이 잘 잠기는지 매일 확인하고 불이 나면 불을 끌 수 있도록 미리 물을 길어다 놓는 등, 소를 잃지 않기 위해 대비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사소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는 이런 사소한 일을 놓치는 데서 발생한다. 자금관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그 일은 회사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일이며, 그 일을 진행하는 데 지금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 매우 중요한 일이 사소하게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 그리고 회사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 중소기업 경영자와 대화를 나눠보면 자금과 관련된 내부통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들은 믿을 만한 직원이 자금 관리를 맡고 있으며, 자금일보를 매일 본인이 확인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심심치 않게 회사 직원이 자금을 횡령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 회사가 중소기업인 경우도 많다. 


어디가 취약한가 


여기서는 신문에 실제로 보도된 자금횡령 사건을 살펴보고, 회사의 어떤 부분이 취약했기에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네이버 전 회계 직원 회삿돈 14억 횡령혐의 구속기소(2015.01.06. 연합뉴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지인 계좌를 통하거나 회사 명의 예금 개설 신청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14억 6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 


이 기사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회사의 법인인감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회사는 법인인감과 사용인감이라는 두 종류의 도장을 사용한다. 법인인감은 매우 중요한 계약서의 날인이나 법인 계좌 개설 등에 사용된다. 반면 사용인감은 일상적인 계약이나 세금계산서의 날인 등에 사용된다. 

회사 인감 관리에 소홀하면 각종 문서 위조나 경영자 모르게 은행의 신규계좌가 개설될 위험이 있다. 만약 경영자가 모르는 신규계좌가 개설돼 있다면, 판매대금을 신규계좌로 이체 받아 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또한 법인인감의 반출이 쉽게 이뤄진다면 각종 계약이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도 있다. 직원이 부정행위를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구매계약을 허위로 체결한 후 회사의 자금을 반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사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두 번째 사항은 회사가 자금 이체 거래를 할 때 거래상대방에 대한 확인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회사가 자금 집행을 할 때 거래상대방을 확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면 가상의 거래처 혹은 미리 공모한 유령회사에 구매대금을 지급할 위험이 있다. 상시적으로 거래처 이외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회사는 거래상대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구매계약서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만들어 지급할 경우, 경영자가 이를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 


‘중기 경리직원이 회삿돈 횡령해 회사 부도(2013.03.29. 경향신문)’

…ㄴ씨는 회사 자금이 입금돼 있던 ㄷ모 대표의 은행 계좌를 보관하면서 자신의 통장으로 100만 원을 송금하고 계좌이체 내역에는 직원 임금을 준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ㄴ씨는 이때부터 2011년 11월까지 7년 동안 1,182회에 걸쳐 22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는 판결문에서 “ㄴ씨는 장기간에 걸쳐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이로 인해 회사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하게 돼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도 생각해볼 점은 두 가지다. 먼저 회계담당자와 자금담당자의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금과 회계 담당 직원을 따로 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금과 회계를 한 직원에게 맡긴다. 그러나 자금과 회계를 한 사람이 처리하면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령 매출채권을 회수하고 자금을 유용한 뒤 아직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해버릴 수 있다.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은 것을 경영자가 파악해 부정을 적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쉽지 않다. 다음 차례에 매출채권으로 입금된 금액을 먼저 유용한 매출채권의 회수로 처리하면 부정행위를 쉽게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금과 회계를 한 명이 처리하면 소위 ‘돌려 막기’가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회계와 자금 집행은 가능한 업무분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직원에 의한 횡령사건에는 문서위조, 거래처 계좌의 위조 등의 패턴이 존재한다. 경영자는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경리직원이 작성해 놓은 자금일보를 꼼꼼히 확인하여 결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금일보 상의 자금잔액과 회사 통장잔액이 일치하는지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요즘은 은행에 ‘펌뱅킹’이라는 기업용 자금이체시스템에 매우 잘 되어있다. 펌뱅킹에는 자금이체 시 이체내역을 대표이사의 스마트폰으로 통보하고, 이후 대표이사가 승인 버튼을 눌러야 자금이 이체되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또한 직원별로 이체 가능한 이체한도를 정해놓을 수도 있고, 이체 상대방을 미리 등록한 뒤 등록되지 않은 거래처에는 자금이 이체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펌뱅킹은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해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직원에 의한 횡령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을 신원보증제도에 가입하게 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회사 자금 횡령은 범죄행위다. 하지만 회사에서 발생하는 횡령에는 경영자의 책임도 일부 있다. 고양이 앞에 생산을 놓아두고 먹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책임 있는 경영자라면 고양이가 생선을 먹지 못하도록 그릇에 넣어서 보관한다든가, 아니면 생선을 고양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든가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부통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도 자금관리에 대한 내부통제절차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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