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17.7.11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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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절반 이상 제자리나 하락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거침없다. 이달 10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240만원을 넘어섰다. 몇몇 증권회사에서는 목표주가를 300만원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의 거침없는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이유로 실적 증가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최초로 주주환원 정책을 밝힌 후, 현재 회사에서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과 함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배당과 자기주식(자사주) 매입
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현금이나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현금배당, 주식으로 지급하면 주식배당이다. 한편 자기주식 매입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기가 발행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기주식의 매입을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회사가 직접 주식을 사들여 주주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주식 매입도 현금 배당과 마찬가지로 순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현금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 중 주주에게 더 유리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론적으로는 회사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주주의 재산에는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A사의 시가총액이 1만원이고 주식 수가 100주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한 주의 가격은 100원이 된다. 이 회사가 배당금으로 총 2000원, 즉 주당 20원을 지급한다면 회사의 현금 2000원이 외부로 유출된다. 이 때 회사의 시장 가치는 8000원(1만원-2000원)으로 감소하고, 주식 수는 변동 없이 100주이므로 주가는 80원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주주들은 주당 20원을 현금으로 배당받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총재산은 주당 100원으로 유지된다. 다음은 회사가 2000원으로 자기주식 20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역시 회사의 시장가치는 8000원(1만원-2000원)으로 감소하지만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가 80주로 줄어들어 주가는 100원을 유지한다. 배당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은 주당 가치 100원을 유지하는 셈이다. 회사가 2000원으로 배당을 하든, 자사주 매입을 하든 주주들이 얻는 가치는 같다. 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자기주식 매입이 향후 주가에 더 우호적일 것으로 간주한다.
◆자기주식 매입이 기업에 유리한 점
기업 입장에서도 자기주식의 매입은 여러 가지 실익이 존재한다. 다양한 경영 의사결정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일까?
먼저 주가 안정이다. 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를 부양하는데 효과적이다. 자기주식의 매입은 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한다. 또한 총발행 주식 수에는 변동이 없지만 유통 주식 수가 적어지므로 주당순이익이 높아진다. 따라서 주가에 우호적인 영향을 준다. 향후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있다가 매입가격보다 주가가 상승했을 때 매도하여 현금흐름에서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
회계에서는 자기주식의 매도로 얻은 이익은 당기순이익에 포함하지 않는다. 자기주식처분이익의 계정과목으로 하여 자본잉여금으로 처리한다. 자본잉여금은 증자나 감자 등 자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을 모아두는 계정과목이다. 자기주식처분이익은 회사 입장에서 주식 투자 이익이지만 회계에서는 미발행 주식을 다시 발행한 것으로 간주하여 당기순이익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의 순자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안정에 도움이 된다. 기업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의결권 수가 줄어들게 된다. A사의 대표이사 갑씨가 회사의 총 발행주식 수 100주 중 45주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갑씨는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회사에서 1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하였다. 그렇다면 갑씨의 지분율은 어떻게 될까? 자기주식 취득 후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수는 90주가 된다. 이 중 갑씨는 45주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갑씨의 지분율이 50%가 된다. 지분율이 45%에서 50%로 증가했으므로 상대적으로 갑씨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 등으로 지급할 경우 임직원의 회사에 대한 근로의욕을 높여 기업의 이익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경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주 확보가 가능해진다.
회사에서 배당보다 자기주식 매입을 선호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배당은 매년 일정 금액을 규칙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배당금이 갑자기 크게 바뀌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기업은 현금 배당보다 시기와 규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한다.
지금까지 살펴 봤듯이 기업 입장에서 자기주식의 매입에 많은 이점이 존재한다. 실제로도 많은 상장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다. 2016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중 70,5%에 해당하는 481개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수량으로는 상장 주식 총수(370억3700만주)의3.5%에 해당하고, 보유 금액으로는 79조9000억원에 달해 상장사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주식 취득에는 엄격한 제한 있어
기업 입장에서 자기주식 취득은 많은 이점이 있지만, 취득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자기주식의 취득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면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회사 자본이 감소한다. 회사 자본이 감소하면 부채비율이 악화된다. 재무 안정성이 훼손되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또한 자기주식을 사고팔아서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이거나(시세조종), 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 상대적인 지분비율의 변동으로 최대주주 등에 의한 불공정한 회사 지배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증권거래소에 신고서를 내야 하고 3개월 이내에 자사주 매입을 끝내야 한다. 거래소 시장에서만 매입이 허용되고 주문 가격과 수량에도 제약이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6개월 이내에는 매입한 주식을 되팔 수도 없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매입 때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결의 사실을 공시한 후 3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처분이 끝나고 3개월 동안은 신규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다. 한편 회사가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은행이나 투자신탁회사가 회사의 돈으로 주식을 대신 사서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회사가 직접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것보다 규제가 완화된다.
◆자기주식을 매입한 회사의 주가는.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가 자기주식 매입을 예정하고 있는 기업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통합 검색에 '자기주식 취득'을 넣고 검색하면 된다. 검색을 마치면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취득결정)'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문서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취득예정 주식 수와 취득 목적이다. 취득 예정 수량이 많고 취득 목적이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면 일단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자사주 취득 결정을 했다고 모든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4월 자기주식을 매입한 33곳을 살펴보았더니 22곳의 주가는 정체 혹은 하락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자기주식을 매입한 회사에 투자한다면, 투자에 앞서 자기주식 취득 공시와 더불어 기업이 현재 처한 환경과 재무제표를 복합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