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2017.7.9 기고문
http://news.joins.com/article/21740378
정부는 지난달 22일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을 내놨다. 이동통신 3사는 일률적인 요금 인하가 이뤄질 경우 투자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중앙포토]
최근 통신요금 인하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기본료 1만1000원 일괄 인하를 추진하자 통신업계에서는 “일괄 인하할 경우 이동통신 3사의 수익은 7조원 이상 감소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5G 등 새로운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월 2만원 이하의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고 20%던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기본요금이 일괄적으로 1만1000원 인하됐을 경우 통신 3사의 실적은 어떻게 됐을까? 2016년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한번 비교해 보자. 통신 3사 모두 손익계산서 상의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더 많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5000억원, KT 1조4000억원, LG유플러스 7500억원으로 4조원에 조금 못미친다. 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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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사
이같은 차이는 현금이 오고 가지 않는 수익과 비용 때문에 발생한다. 통신 3사의 경우 가장 큰 부분은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다. 지난해 SK텔레콤의 경우 약 3조원, KT는 3조4000억원, LG유플러스는 1조6000억원의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가 발생했다. 장부상으로는 비용이지만 실제로 돈을 지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이익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통신 3사는 이를 신규투자에 활용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3조5000억원, KT는 3조2000억원, LG유플러스는 1조5000억원을 유무형자산에 신규 투자했다. 만약 기본료 일괄인하됐다면 통신업체들은 적자를 보지는 않을 수 있더라도 투자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이렇듯 현금흐름표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로는 파악할 수 없는 회사의 경영활동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보통 손익계산서 이익의 질을 측정할 때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비교한다.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매우 작다면 이익의 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회사가 이익의 크기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거나 회사에 상당부분 부실이 있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통신 3사는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더 크므로 이익의 질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을 판단할 때 ‘에비타(EBITDA)’라는 지표를 많이 활용한다. 풀어쓰면 ‘이자·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를 빼기 전의 영업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이다. 어차피 손익계산에서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단계에서는 이자비용이나 세금을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EBITDA는 영업이익에다 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포함)만 더하는 식으로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래서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제조업체 A사가 2016년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냈다고 하자. 영업이익은 기계설비나 공장건물 등에서 발생한 감가상각비(50억원으로 가정)를 차감한 뒤 나온 수치다. 그런데 감가상각비는 손익계산에서 비용으로 반영되지만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가는 비용은 아니다. 따라서 실제 영업현금흐름을 따져볼 때는 영업이익에다 감가상각비를 더해줘야 한다.
기업들은 공식 재무제표 중 하나인 손익계산서에 EBITDA를 표기하지는 않지만 투자자(주주)나 채권자, 애널리스트 등을 위해 만드는 실적 설명자료에는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이익이 곧 영업으로 번 현금과 같다면 EBITDA를 따로 기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손익계산서 이익수치가 실제 현금규모와 같지 않기 때문에,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창출 규모를 대략 가늠하는 지표로 EBITDA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회사가 만든 공식 재무제표인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정확하게 계산해 제시하는데, 굳이 EBITDA라는 지표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계산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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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EBITDA 수치 차이가 상당한 기업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2017년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584억원이다. 하지만 1분기 실적참고자료에 나타난 EBITDA는 2조1020억원으로 차이가 매우 크다. EBITDA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의 증감이 반영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1분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과 EBITDA의 차이가 컸던 정확한 이유는 재무제표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추측해 본다면 자동차 재고가 많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재고자산에 회사 현금이 많이 묶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차이가 벌어진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EBITDA보다 낮아진다면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EBITDA를 회사마다 실적 참고자료에 따로 기재해 보여줄 정도로 회사의 현금흐름에 대한 정보는 경영자 뿐만 아니라 채권자·투자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재무제표를 볼 때는 손익계산서상의 숫자 만큼이나 현금흐름표를 확인해야 한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손실과 실제 현금의 유출·유입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일치하지 않는 아주 간단한 사례를 한번 보자. 서울 종각에서 요거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씨는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원재료(요거트 원액과 기타 첨가물)를 30만원에 외상매입했다. 매입한 요거트를 당일 60만원에 모두 팔았다. 판매 제품은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됐다. 그렇다면 윤씨의 이날 하루 손익을 계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재료 매입과 판매매출 외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다.) 매출액이 60만원이고 매입액이 30만원이므로 순이익이 30만원 발생했다. 윤씨 손에 현금은 한 푼도 들어와 있지 않지만 손익계산서에는 30만원이 이익으로 잡힌다.
회계에서는 현금 유입 여부와는 상관없이 현금을 받을 권리가 생기는 거래면 매출로 인식한다. 이것을 ‘발생주의’라고 한다. 수익에서 비용을 빼 이익을 계산하는데, 실제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수익으로 처리한 것들이 있다. 외상 매출이 대표적이다. 비용도 마찬가지다. 실제 돈이 유출된 것들도 있지만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비용도 상당히 많다. 의류회사가 2년전에 만든 원가 50만원짜리 구스다운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 이 구스다운을 판매하기 위해 20만원으로 가격을 낮추었다면 손익계산서에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이라는 비용으로 30만원을 기록해야 한다. 실제 현금이 나가지는 않은 비용이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줄곧 외상판매만 해도 손익계산서 이익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외상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회사는 망한다. 손익계산서는 이런 부분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발생주의로 계산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가 보여주지 못하는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현금흐름표다.
손익계산서 실적은 기본적으로 세가지 기업활동에서 나온다.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그리고 재무활동이다. 손익계산서의 뼈대를 이루는 매출·매출원가·영업이익은 제품이나 상품·서비스를 제조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영업활동의 결과물이다. 투자활동은 자산의 취득 및 처분과 관련된 항목이다. 생산을 위한 기계장치의 취득, 자본이득을 위한 다른 회사 주식취득과 처분 등이다. 재무활동은 자금 조달 및 상환과 관련한 활동이다. 주로 은행 차입 또는 유상증자, 배당금 지급 등이 재무활동의 예다.
즉 기업은 부채와 자본으로 자금을 조달해 유무형 자산에 투자한다. 그리고 이 투자자산을 이용해 만든 재화나 서비스로 영업활동을 해 실적을 창출한다. 현금흐름표는 이러한 영업·투자·재무활동 과정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실제 현금흐름을 기록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활동을 좀 더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실기업 징후와 분식회계 징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도서 '이것이 실전회계다' 챕터 13을 같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