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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홍 Sep 14. 2017

[#45]분식회계·횡령 예방위해 사내에 이런걸 갖춰볼까

매경프리미엄                                                 2017.09.05 기고문


http://premium.mk.co.kr/view.php?no=19978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사기사건이 휘몰아친 이후에도 연이어 분식회계 뉴스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메이플세미컨덕터라는 반도체 전문기업이 6년 동안 허위 수출과 분식회계로 4000억원대 무역금융 사기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됐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조직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단서를 확보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감사기준에서는 분식회계를 오류에 의한 것과 부정에 의한 것으로 구분한다. 오류란 의도가 개입하지 않은 단순한 실수를 의미하며, 부정은 의도적인 것을 말한다. 재무제표에 의도적으로 허위 표시를 하고, 부당하거나 위법한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가 부정에 포함된다. 부정은 다시 부정한 재무보고(회계사기)와 자산의 유용(횡령)으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부정=회계사기+횡령'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교과서에서는 '부정의 트라이앵글'로 부정의 원인을 설명한다. 부정의 트라이앵글은 사건을 저지르기 위한 '동기'와 사건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태도'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최근에 알려진, 메이플세미컨덕터에서 발생한 회계사기의 원인을 부정의 트라이앵글로 구분해보자.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다수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받고 있었다. 또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실적의 압박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하루 빨리 실적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부정을 저지르기 위한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경영자가 언론을 통해 매우 낙관적인 발표를 하는 것도 부정의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한 투자자의 면면이 매우 화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유명한 투자자들이 꼼꼼하게 분석해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니 회사의 전망이 매우 밝을 것이라는 후광 효과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수출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실행하는 보증제도를 악용해 은행에 매출채권을 쉽게 양도(팩토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회사의 높아진 신인도를 통해 지금 정도의 부정은 쉽게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합리화하는 '태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독기구나 사내에 제보시스템(Whistle-blower System)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방법이다. 2012년 미국의 한 조사(2012 Global Fraud Survey; Report on Occupational Fraud and Abuse by ACFE (Association of Certified Fraud Examiners)에 따르면 부정을 최초에 발견하게 된 사유 중 43.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제보였다. 그 뒤로 관리자의 검토, 내부 감사에 의한 부정 적발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제보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먼저 제보자의 보호이다. 제보자의 익명성과 비밀 유지가 관건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제보자에 대한 보복 유형 중 가장 많은 형태가 해고로 75%를 차지하고, 인사고과 불이익이 15%였다. 따라서 제보에 대한 익명성 보장은 제보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제보시스템의 인지도를 제고해야 한다. 제보시스템의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며, 선의의 제보는 만약 잘못된 제보일지라도 처벌되지 않을 것이며 접수된 제보는 적절한 조치가 즉각 취해질 것이라는 것을 구성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제보시스템의 개방이 필요하다. 개방은 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고객, 공급자, 주주, 경쟁사, 혹은 제3자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제보시스템의 효과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익명으로 임직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하고, 퇴사자나 제보자에 대한 면담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보에 대한 보상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익명성 보장과 상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제보 건수를 늘리고 제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반면 제보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도 있다. 거짓 제보나 음해성 제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악의적으로 날조된 제보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익숙한 속담이 있다. 회사의 의도적인 분식회계나 횡령을 막기 위한 내부 통제 제도를 업무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 번의 의도적인 부정이 회사의 존속을 위태롭게 하기도 하며,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효과적인 내부 통제를 통해 단단한 외양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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