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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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필진으로 선정된 후 첫 칼럼 주제로 선정한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가 산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V/Capacity(생산능력당 기업가치)와 EV/Sales(매출액당 기업가치)라는 다소 독특한 가치평가 방법을 사용하여 공모가를 산정했다. 따라서 공모가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공모가 산정에 이용된 기초 변수들이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시밀러는 전망이 매우 밝아 보이는 사업 영역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개별회사가 이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 /출처=네이버 증권, 2017년 10.27 종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 연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일시에 약 4조5000억원의 주식평가이익을 인식하여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자 분식회계 의혹이 일었고, 공모가 산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재 시장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주가도 공모가보다 약 4배 상승하여 시가총액이 약 25조원에 이르고, 이는 코스피 상장사 중 열 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두 번째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에 많은 투자자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월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17년 3분기 영업(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누계 대비 58% 증가한 298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5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바이로직스가 아직까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하여 PER(주가/당기순이익 비율)를 산정할 수도 없는 회사의 주가로는 과도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미래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미국에도 비슷한 기업이 있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인데, 아마존 주가에 대해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2017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아마존 주가가 약 97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날 주가 기준으로 아마존의 PER는 250배가 됐다. PER가 250배라는 뜻을 재해석해보면 현재 972달러를 내고 아마존 1주를 샀을 때, 매년 이익을 모두 배당받는다면 250년이 걸려 투자금인 972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페이스북 PER 40배, 구글 32배, 애플 18배에 비해서도 아마존의 PER가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FANG이라 불리는 위 네 회사 중에서도 시장에서 받는 기대는 아마존이 독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 전 '빅샷 삼성바이오 상장, 공모가 어떻게 산정됐나'라는 칼럼이 나간 후 한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칼럼에 개인 연락처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콜센터를 통해 연락이 된 경우였다. 질문자가 많은 수고를 감수하고 문의를 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공모가 산정 방법 등 여러 질문에 차분히 대답을 했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것은 마지막 질문이었다. "회계사님이라면 이번 공모에 참여하시겠어요?"
회계사들 업무 중에는 회계감사나 기업실사 등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있는 반면 기업진단이나 기업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은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컨설팅을 수행할 경우 한 가지 대원칙이 있다. '내가 회사 실무진이나 경영자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인가'이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제가 개별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를 접은 것이 5년이 넘었습니다. 현재는 주식 투자의 최고 전문가들이 저를 대신해 투자해주는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여 직접 투자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주가 흐름과 회사 실적을 관찰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주가 상황을 봤을 때 문의하신 분이 당시 공모에 참여하여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일정 부분 수수료를 부담하고 전문가에게 투자를 의뢰하는 것이 보다 좋은 투자 방법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