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리가 이미 알게 된 것

이건 누가 할래? (기획노동)

by 곽작가

한때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니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보고, 집을 청소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지 '일'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임금이 없었고, 계약이 없었고, 퇴근이 없었다. 그러니 노동이라는 단어가 붙을 자리도 없었다.


그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랜 싸움의 결과였다.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자는 논의가 시작됐고,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GDP의 일정 비율로 환산하기 시작했다.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는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드러났다. 가사노동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노동'이라는 이름을 얻어갔다.


분담 논의도 시작됐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집안일도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설거지 당번을 나누고, 청소 구역을 정하고, 장보기를 교대로 하는 가정이 생겨났다. 예전 세대와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진 풍경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가사노동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의 문제에서, 더 잘하거나 더 괜찮은 사람은 없다. 통계적으로 특정 성별이 가사노동을 더 많이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단순히 차별의 문제로 보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선택이 있고, 각자의 가정이 있다. 가사노동의 분배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가사노동 안에 기획노동이 포함될 때다.


단순히 청소를 더 많이 하고, 밥을 더 자주 짓는 것은 체력의 문제이고 시간의 문제다.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고 말로 꺼낼 수 있다. "나 요즘 집안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노동은 다르다. 이 집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는 사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일정과 필요를 통합해서 이번 주를 설계하는 사람이 역할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될 때, 그것은 단순한 불균형이 아니다. 일방적인 희생이다.


선장의 자리를 생각해 보자. 배 위에서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짐을 나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날씨는 괜찮은지, 연료는 충분한지, 다음 항구까지의 경로는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선장은 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갑판에서 밧줄을 당기거나 바닥을 닦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선장의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다.


가정 안에서 기획노동을 혼자 담당하는 사람이 지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몸이 힘든 것이 아니다. 내가 청소를 더 많이 해서 힘든 게 아니라, 이 집의 선장 역할을 혼자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항상 생각하고, 결정하고, 조율하고, 확인하는 그 끝없는 운영의 무게가 문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담을 했는데도 여전히 지친 사람이 있었다. 집안일을 나눴는데도 뭔가 혼자 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하고 있잖아. 어제도 청소했고, 오늘도 설거지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했다. 그런데 왜 한쪽은 여전히 버겁다고 느끼는 걸까.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 하나가 나온다. 누가 시켜서 했는가.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그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인식한 사람은 누구인가.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있다는 것을 먼저 본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상대방이 안 하고 있으니 내가 해야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사노동 분담 논의는 주로 '실행'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누가 청소기를 돌리고, 누가 빨래를 개고, 누가 장을 볼 것인가. 이것은 중요하다. 분명히 필요한 논의다. 하지만 이 논의가 놓친 것이 있다. 그 실행 이전에 일어나는 일들, 즉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언제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요리 당번을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오늘은 네가 저녁을 차릴 차례다. 그런데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뭘 사야 하는지, 아이가 오늘 편식했으니 내일은 뭘 먹여야 하는지, 다음 주에 손님이 오는데 그것도 고려해야 하는지 이 생각들은 누가 하고 있는가.


가사노동은 눈에 보인다. 청소기 소리가 들리고, 요리 냄새가 나고, 빨래가 널려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작동하는 노동은 보이지 않는다.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흔적도 없다. 그냥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가사노동 분담 논의는 분명히 우리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 성과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는 이제 다음 질문 앞에 서 있다. 실행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그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운영 자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아직 제대로 꺼내지 못한 이 질문이 바로 기획노동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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