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자신은 왜 남들만큼 못하는지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느끼며 상담실 문을 두드린 청소년에게 첫날부터 나는 대뜸 말했다.
"그 문제를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있다니 너는 고민할 줄 아는 능력이 참 좋구나"
자신의 고민에 대해 상담을 받으려고 했던 청소년은 고민이 아닌 '고민할 줄 아는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는 당황하며 놀랬다
"그게 능력이예요?"
"네 또래들은 그런 것에 대해 아예 생각도 안하고 사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그 차이에 대해 인지도 하고 있고, 어찌 해야 하나 마음을 써서 고민도 하고있지 않니. 그러니 그 얼마나 좋은 능력이니"
"너는 그게 능력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해봤구나?"
아이는 또 당황했다.
"너의 고민하는 능력으로 그간 고민해봤던 것들에 대해 일단 들어보자. 궁금하다 너가 어디까지 고민해봤을지"
"제가 생각했던 상담과는 뭔가 좀 다르네요"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갖고있는 내담자에겐 상담자의 역할보단 네 역할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그리고 다 듣고나면 이젠 선생님이 더 고민해볼만한 거리들을 더 줄 테니 고민 전문가인 네가 또 고민해서 결과물을 다음에 또 이야기해줄래?"
"사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 많거든. 너라면 좀 다르게 고민해봐줄 수 있을 것 같아"
우울한 고민타령을 하고 싶어 상담실을 찾았던 청소년은 예상과 다른 전개에 많이 당황했지만, 자신의 문제보다 자신의 능력에 먼저 관심을 맞춰준 상담자의 방향전환에 잘 따라와 주었고, 고민의 내공을 살려 삶과 세상에 대한 다채로운 고민들을 들려주었다.
나는 고민을 해결해주는 상담자가 아니라 고민에 고민을 더 해주는 상담자였고, 아이들은 고민할 거리를 제대로 고민해보면서 성장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