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NA Sep 30. 2015

달라진 후

너와 나.

그러니, 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았던 거야. 뻔한 거짓말을 해본다.
 "거짓말."
 "정말이야." 나의 시선은 컵을 감싸 쥔 너의 손에 머무른다.

 "알았어. 믿는 수밖에 없겠네."
한 손이 컵 손잡이를 쥐고 다른 한 손이 무방비 상태가 되면, 잡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억누른다. 애꿎은 휴지만 잘게 찢어진다.
 "그래, 그런 거라고." 너의 눈을 볼 수가 없다. 아름다운 기억만 되살아난다.
 "티, 식었어." 응.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아.
 "갈까?" 아니.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가방 버클이 닫히고, 머리를 쓸어 넘기고, 의자 끌리는 소리와 네가 일어서는 것까지. 일련의 행동은 과거의 내겐 의미가 없었다. 매일 볼 수 없다고, 의미 따위가 생긴다면 이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이 과연 있을까.
이건, 너이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은 입술은 떼어지지 않은 채 너의 뒤를 따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가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