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친구만의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오션월드에 가는 일이다. 이번 해도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연차를 내고 갔는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오션월드 내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야외 주차장을 이용했으니 얼마나 사람이 많았는지 대강 짐작은 갈 것이다. 무튼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재밌는 물놀이 후에 든 생각에 대해서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출발하자마자 비가 내렸고 빗방울은 금세 창문을 주름지게 했다. 주름진 창 너머로 보이는 산세가 퍽 운치 있었다. 라디오 소리만 들리는 차 안에서 나 홀로 의자에 푹 잠기듯이 기대어 창밖만 보고 있었다. 내 오랜 친구는 조수석에서 잠이 들었고, 남편은 운전을 하고 이따금 나와 농담도 주고받았다. 웃긴 말 하나가 튀어나와 둘이 큰 소리로 웃지 않으려고 키득거리기도 했다. 웃음이 잠잠해지고 다시 라디오 소리만 들릴 때, 친구 남편은 조수석에서 잠든 내 친구를 바라보더니 잠결에 입맛을 다시는 그를 따라 하곤 웃었다. 우연찮게 이 모습을 목격한 나도 뒤에서 몰래 따라 웃고는 창밖을 봤는데, 그 모습이 영 잊히지 않았다. 잠깐 생각에 빠지자 온몸으로 뭔가 훅 들어왔다. 외로움? 아니, 이건 고독함 같아.
이때부터 외로움과 고독함의 다른 점이 뭘까, 란 생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나는 왜 그 당시에 이건 외로움이 아닌 고독함이라 느낄 수 있었을까. 외로움의 사전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고, 고독함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 란다. 난 외롭단 말은 잘하지 않는다. 가끔 고독함은 느낀다. 이때마다 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었던 걸까.
내 친구가 사랑받는 모습을 볼 때 고독함이 밀려왔던 것은 단순히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섰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외로워 한마디 내뱉고 끝났을 감정이었을 거다. 무엇을 바란다는 건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기도 하지만, 나는 왠지 누군가와 수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여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서도 사랑받는 바람이 이루어질지 자신이 없다. 뭐 언젠가는 그리 될 수도 있겠지만, 뜬구름인 듯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내 기준에서 이룰 수 있는 바람이 ‘지금은’ 아니기에 언제까지고 혼자일 것 같은 기분이 고독함을 불러온 것 같다.
외로움은 누군가 지금의 나를 구제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드는 감정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답을 내본다. 고독함은 그 누가 와도 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감정이 아닐는지. 내가 아는 외로움은 다른 사람을 환영한다. 내 고독함은 오히려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더 키운다. 이 감정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다. 세상에 혼자인 기분은 쓸쓸해도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신선하다. 이렇게 글거리를 주기도 하고,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