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팰럿Pallet Mar 22. 2021

양평에 가지 않아도 준비할 일이 많다

어쩌다 보니, 이번 주말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지난 주말에는 퇴비를 주고, 겨울 동안 얼었다가 녹은 김매기를 해 주며 시간을 보냈다.

양평 텃밭에 발효가 덜된 퇴비를 줬기 때문에 한 2주 정도는 가스가 빠지게끔 내버려 둬야 한다. 그러니,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을 수도 없다.

그래. 조금 쳐진 대문에 와이어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자.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런데,

주말에 비마저 온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그래서 아내가 상의 끝에 이번 주는 양평 가기를 쉬기로 했다.


육묘를 합니다

양평에 가지 않는다고 우리의 농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지난주부터 거실과 베란다에서 햇빛과 바람을 줘가며 육묘를 하고 있다.


'육묘'의 의미를 굳이 설명하자면, 종자를 아래 사진과 같은 모종 트레이 같은 곳에서 미리 어느 정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양평처럼 이 위쪽 지방은 완연한 봄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일교차나 기온 변화가 크고, 씨앗을 노리는 새들이나 벌레들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키워서 내 보내는 게 좋다. 또한 이렇게 육묘를 하면 그냥 밭에 심는 것보다는 수확의 시기와 양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씨앗이 비싸니까.. 씨앗 발아 실패율을 낮출 수 있는 게 육묘의 가장 큰 이유 아닐까.


근데, 육묘는 꼭 양평이 아니고 주말텃밭을 하시는 경우에도 아마 익숙하실 거다. (아마, 직접 안 하시는 분들도 판매하는 모종을 구매하신 경험은 있으실 듯) 어디나 이런 과채류를 키울 때는 육묘는 거의 필수다.

베란다에서 쑥쑥 잘 크고 있는 모종들

이번 해에 키울 몇 꼬마 녀석들이다. 아내가 씨앗으로 심은 모종 트레이에 일주일 사이 이렇게 크게 많이 자랐다. 심은 씨앗은 방울토마토, 호박, 단호박, 오이, 옥수수, 감자, 루꼴라, 완두, 고수 등이다.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각종 모종과 화분들

특히, 호박과 완두, 그리고 옥수수는 3시간마다 상태가 다르다. 정말 빠르게 자란다.

어제 심은 옥수수가 벌써 싹이 나온다

그밖에 석축과 꽃밭에 심을 아이들도 몇 녀석 배송을 시켰다.

아내가 분명 이름을 알려줬는데, 부를 땐 연두 꽃잔디, 허브, 다육이

기상청은 정오가 지나서야 비올 확률이 60%라고 했던 것 같은데, 비는 새벽부터 내리더니 낮이 되어서는 바람마저 세차게 불었다.

'양평 갔으면 꽤나 고생했겠군.'

그런 마음으로 CCTV를 확인해 보았는데 이게 웬일. 날씨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텃밭을 일구는 양평 이웃들의 모습이 보였다.

왠지 나만 농땡이를 피우는 동네 주민 같았다.



일거리 스케치 하기

꼭 몸을 써야만 일을 하는 건가. 오늘은 손을 쓰고 머리를 써본다.

 석축 뒤편으로 나눠진 우리 소유의 작은 땅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도 스케치해 보고

석축 뒤쪽의 땅에 어떻게 꾸밀지 생각해본다


마당과 텃밭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아내와 이야기해 보며 스케치해 본다.

틀밭과 마당 사이에 경계를 만들어볼 셈이다

지난해 지내보니 마당 주변에 건물이 있으니 어느 정도 바람을 막아주긴 하는데, 텃밭과 마당 사이에 작은 울타리라도 있다면 바람이 더 잘 막힐 것 같았다. 그리고, 일하다가 잠시 앉거나, 농기구나 바구니를 얹어 놓을 만한 곳이 있으면 좋을 테니,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에 심지 못한 조경수도 더 심어볼 생각이라 그냥 떡하니 나무만 있는 것보다는 조경을 조금이나마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확정은 아니고, 고민 중이다.


봄맞이하기

오후가 되니, 햇살이 잠시 고개를 내민다.

노동을 하지 않는 토요일이라니, 아내는 뭔가 허전해 보인다. 그래서 아내의 손을 잡아 이끌어 동네 산책을 했다.

봄을 알리는 매화가 집 주변에 가득 피었다

집 주변 오솔길에도 벌써 매화꽃이 가득 피었다. 양평에만 봄을 만들기는 아쉽지.

집에도 봄이 필요해서 화분도 살 겸 가까운 가든에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토분들과 꽃들이 많아서 둘러보는 내내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고 싶은 토분과 식물들이 정말 많았다
장미 조팝나무 너무 귀엽군

그렇게 이번 주말에는 양평을 가지 않고 봄에 할 일을 준비했다.

작년에는 정말 거의 한 주도 빼지 않고 양평에 갔는데, 이렇게 동네를 다니면서 봄을 준비하는 것도 참 좋다.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러 양평에 갈 예정이다. 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지만, 이제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 따뜻한 봄이 갑자기 지나가버리기 전에 어서 준비를 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