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봄
매화꽃, 개나리, 진달래꽃이 활짝 피는 봄이 왔다.
이번 주는 벚꽃도 슬슬 그 분홍빛 꽃망울을 가득 머금고, 곧 하얗고 화사하게 본격적인 봄을 터뜨리겠다고 볼을 가득 부풀리고 있다.
내가 있는 양평은 양평에서도 강원도에 맞닿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양평으로 내달리다 보면 도시만큼 봄의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일기예보 소식 때문일까.
이번 주의 동네는 좀 조용하다. 농막에 방문한 가구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우리는 늦잠을 자고 8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서 출발했는데, 양평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되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아랫 농막 가족분들이 와 계셨다.
지난주 안 오셨죠? 라며 출석체크를 하신다. 아랫집은 이번 주에는 멀칭을 하신다고 한다. 둘러보니, 멀칭을 한 텃밭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멀칭을 안 해보려고요
우리는 이번해에는 비닐 멀칭을 최대한 안 해보려고 한다.
멀칭은 기본적으로 땅의 이불 역할. 그러니까 심어놓은 씨앗이나 종자가 새나 들짐승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게도 하고, 빨리 잎을 피우게 하기 위한 것도 있고, 건조해지지 않게 수분을 가두는 역할도 하고, 잡초가 주변에 자라지 않게끔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닐로 하는 멀칭은 아무래도 환경에 좋지 않기도 해서, 대체제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멀칭을 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고생을 사서 하겠다는 의미이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와서 작물을 키우면서 멀칭을 하지 않는다니 호기롭게 느껴질 수도.
올해 첫 작물 심기를 시작해볼까
퇴비를 뿌려놓은 땅이 꽤 포실해졌다.
미숙퇴비의 가스가 어느 정도 빠지고, 땅에서 꾸릿꾸릿한 냄새도 이제 거의 나지 않는다. 만져보면 딱딱했던 땅의 거친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보들보들 아주 기분 좋은 흙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내가 감자 심기를 명했다. 그래서 이랑을 파고 두둑을 쌓고 15~20센티미터의 간격으로 감자를 심을 구멍을 팠다. 딸내미는 내가 파 놓은 구멍에 감자를 한 알씩 넣었다.
좀 욕심부렸나 싶다. 조금 더 멀찌감치 간격을 벌려야 씨알이 클 텐데 다 심은 감자는 물을 주지 않는다. 괜히 줬다가는 썩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감자를 심고, 야자매트 남은 걸로 덮어 주었다. 과연 역할을 할까 싶으면서도 안 덮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며 덮었다. 감자 싹이 올라오면, 산에서 낙엽을 잔뜩 쓸어와서 위에 또 덮어줄 생각이다. 낙엽 멀칭의 효과는 한 3개월 뒤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웃자란 갓들을 모두 뽑아버리고, 겨울을 잘 이겨낸 파들을 뽑아서 다시 심을 준비를 한다.
지나가던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거들며 이야기를 하신다.
"겨울을 난 파는 씨 받을게 아니면 꼭 뽑아서 다시 심어야 해요. 겨울 내 씨앗이 파에 앉아 있어서 그대로 두면 잘 안 커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맞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린 이 이야길 듣기 전에 이미 다시 심을 요량으로 파를 뽑아서 한쪽에 정리를 해 뒀다.
뽑았던 파를 다시 심었다. 작년에 파를 처음 살 때도 딱 저 정도 굵기에 저 정도 크기였던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다시 심고 있다. 초보 농부라 제대로 크는 작물이 아직은 없다. 매년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는다.
아내가 말한다.
"굵으면 어떻고, 작으면 어때. 어차피 우리가 먹는 거고, 우리가 만족할 정도면 되잖아."
그래. 욕심을 가졌으면 전문 농업 경영인이 되었겠지. 우리는 결실보다 함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말 취미 농부니까. 하면서 또 다음 나무틀 밭으로 이동한다.
집에서 육묘한 완두도 심었다 완두다. 처음 심어 보는 거라, 잘 자랄까 어떨까 모르겠기에 4개만 심었다. 성공하면 좋겠다.
완두를 심은 땅에는 퇴비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하면 안 된단다. 누군 해야 한다고 하고, 누군 하지 말라고 하고.. 일단 일관성 있게 아내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아내는 항상 옳다)
꽃밭에 꽃씨를 뿌렸다. 꽃밭과 텃밭의 구분이 안된다. 아마 몇 년은 그럴 수도 있다.
내 글을 오래 봐오신 분들은 매번 같은 땅 사진만 올린다고 하실 수도 있다. 아직은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라 딱히 달라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산에서 흙을 퍼와서 비료포대 감자 화분도 만들고, 텃밭 정리를 좀 더 하고 나니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 일은 다 했기에 더욱 반가운 비였다.
작년에는 정말 한 주 한 주가 힘든 노동의 하루하루였는데, 요즘은 양평 와도 농사일이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물론, 그 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원래 시골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시작하면 끝을 낼 수가 없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시작할 일이 없을 것 같기만 한.
이제 슬슬 텃밭작물을 심는 분들께 참고하시라고 재배 달력을 준비했다.
이미 잘 알고 계신 경우가 많겠지만,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