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일영 Apr 29. 2024

스타벅스에서 노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내 머리카락은 유독 검고 윤기가 흘렸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염색과 파마를 멀리해서 반짝반짝 윤이 나던 칠흑 같던 머리카락이 나이를 먹을수록 색이 옅어지더니 이제는 옅은 검은색에 윤기도 많이 없어졌다.

 고난 흰 피부에 짙은 검은 머리는 특출 나지 않은 내 외모에서 가장 자신 있던 부분이었는데 어느 날 그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길게 자란 흰머리를 발견했다. 


 주위에서 새치염색도 하고 흰머리에 대한 고민을 늘어놓을 때도  공감하지 못할 정도로 흰머리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에 길게 자란 흰머리 한가닥을 발견하던 날의 우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음이 급격하게 불안해지면서 순식간에 나이를 먹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로 매일 머리카락을 들춰가며 흰머리를 찾고, 뽑고 잘라내다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쏟아나는 것들에 이제는 어느 정도는 노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나 둘 늘어가는 흰머리를 보면서 흰머리가 어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 아닌 목표가 생겼다. 직장인 말고 직업인으로서 새어버린 머리카락이 멋있게 보이는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언제까지 회사에서 나를 써줄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면서도 매달 지급되는 급여에 여있는 삶 말고, 내가 경영할 수 있는 삶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업을 하면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직장에 오랜 시간 몸 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치가 는다.

 나는 여태 직장을 다녔고 직업인이었던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직장인으로 살면서 직업인을 꿈꾸듯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본인의 업을 찾은 분들을 보며 부러웠다.




금요일의 점심시간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을 넉넉하게 주는 곳이라 요즘 빠져있는 소설도 읽어가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카페에 들어서면서 눈길을 사로잡는 분이 계셨다.


 주름은 없지만 여유로움이 묻어있는 얼굴과 세련된 옷차림에 머리가 백발인 아름다운 중년여성이 작업에 몰두해 있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젊고 젊다고 하기에는 연륜이 느껴지던 여성분.

 

책을 읽으려는 다짐도 잊고 컴퓨터에 몰두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그분을 훔쳐보았다.


 멋지다.


대단치 않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유튜브를 보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평일의 스타벅스에서 나만의 시간을 쓰고 있는 백발의 중년 여성이라니.

부러운 마음이 점점 커져 먹고 마시는 것도 잊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에 슬쩍슬쩍 훔쳐보게 되었다.


 검은 머리 사이에  솟아 있던 흰머리를 발견했던 날의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업을 가진 백발의 할머니가 되자.

뜬금없이 밥 먹으러 간 스타벅스에서 목표를 찾아왔다.  

직장인은 그만하고 내업을 찾으려는 목표를 잊지 말자.


백발이 되었을 때,

업으로 전문가가 되어있을 멋진 나의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


여전히 나의 꿈은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것이고, 업으로서 그 꿈을 이룬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매일 꾸고 있다. 흰머리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글 쓰는 할머니.


잊고 있던 그 꿈이 다시 고개를 들었던 날의 햇살 좋던 스타벅스.


스타벅스에서 노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100일 동안 목표 100번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