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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Jun 03. 2022

[3] 좋은 사람 콤플렉스

    

많은 사람들이 분명 ‘좋은 사람 콤플렉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이렇게 살고 있다며 짙게 미소 짓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대부분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 분명하다. 확신할 수 있다.      


사회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은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우리는 분명 노력 아닌 노력을 하게 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전날 철야를 해서 피곤해 죽겠지만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 잔을 당당히 들고서 이렇게 외친다. “좋은 아침.” 상사나 부하직원의 험담을 해야겠다며 동료가 말을 걸어왔을 때도 쉽게 피하지 못한다. 그에게 동조해주어야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이 매번 ‘Yes’라고 할 때 나만 주구장창 ‘No’라고 하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기에 그렇게까지 자주 할 수는 없을지라도 가끔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라 말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조금은 미움받을지도 모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하고 싶다. 그렇게 조금 미움을 받으면 어떠하랴. 함께 일할 때 마음 맞춰서 하게 되는 순간, 나의 열정과 노력을 더욱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냥 이렇게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출판사에 근무하면 제목 회의를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많은 독자들이 제목은 작가가 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출판사에서 많이 고민하고 작가와 최종 상의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직급이나 연차가 낮을 때는 내가 편집하고 있는 책이라 할지라도 내 뜻대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물론 아직 업무가 낯설고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래서 어느 제목 회의 때 유독 열심히 준비했다. 제목뿐 아니라 부제도 잘 정리해서 1page로 깔끔하게 프린트했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제목을 고민해 보자고 했다. 그때 조금은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 왜 여러 가제목들 중 하나의 제목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들의 표정은 흠칫했지만 그래도 나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었다. 결국 나는 윗사람에게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앉아서 “네네”만 하지 않고 당당히 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관철시켰다. 물론 말 잘 듣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니 그 결과는 내가 다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나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고 조금이나마 미움받을 사람이 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설득당할 수 있다. 경력과 경험이 많은 윗사람을 쉽게 이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이라면 이러한 어려움은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자 칼 융이 이야기했듯이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 내가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에 무턱대고 도전했다가 일을 더 망치고 나부터 망치게 되는 상황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려다가 따돌림만 당하기 십상이다. 더불어 쓸데없는 걱정으로 스트레스받다가 없던 병까지 생길 수 있으니 더욱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 지나쳐 만족하지 못하고 뭔가 실수하는 것만 같은 자신을 항상 책망하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매사에 완벽해야 하고, 늘 바쁘게 살고, 언제나 조용히 있어야 하며,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온전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면 어떤가. 이미 나는 좋은 사람일 텐데 말이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적당히 나쁘게 살고, 적당히 ‘No’를 외치는 삶을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비어 보이는 삶도 생각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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