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겠습니다
3개월 내로 완성하는 보디프로필 촬영이 한국에서 더없이 유행이다. 몸짱 열풍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SNS를 타고서 극강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유행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SNS에 보디프로필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모두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신들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보디프로필을 촬영한 이후 많은 이들이 요요를 호소하고 목표를 상실한 현재의 자신에게서 방향성을 찾지 못한다. 말 그대로 앞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목표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목표를 상실하거나 목표를 해냈을 때 다음 목표를 빠르게 설정하지 못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목표 설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마틴 루서 킹의 말은 깊게 새겨봄 직하다. 그는 더 높은 목적의식을 찾고 나 자신의 방향을 제시할 임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내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찾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과업, 나의 소명을 발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고 나면 온 힘을 다해 내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목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목표 설정은 너무 단기간에 이루어내야 할 빛나는 성과인 것처럼 보여 많이 아쉽다. 천천히 그 목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서 남들이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유행에 휩쓸려버리고 만다. 자존감을 갖고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해야겠다는 목적성 없는 목표가 생겨날 뿐이다. 결국 너무나도 빨리 지치고 목표를 완성했다 하더라도 다음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지기 일쑤이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은 금메달을 따거나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허탈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더 이상 오를 수 있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을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던 것은 역시나 ‘꾸준한’ 연습이라고도 한결같이 말한다. 피겨스타 김연아를 비롯하여 이승엽, 박지성 등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꾸준함만큼 값진 것이 과연 있을까.
우리 인생에도 충분히 대입해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꾸준함이 아닐까. 단기간에 자신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게 하고서 바로 지치고 불안감에 빠져 이어지는 삶의 목표를 상실하는 것보다 충분히 잘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렇기에 나는 보디프로필의 열풍에 휩쓸리기보다는 하루에 만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면서 나의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보 걷기의 유용함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굳이 문제 삼을 이유도 없다. 그러니 그냥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몇 개를 앞두고 내려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걷게 되면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인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이어서 혈압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골다공증에 좋다는 이야기는 두말하기에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및 노화 예방에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보디프로필을 찍는 데 한 표를 던질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안다. 하지만 과도한 목표치 설정으로 빨리 지치고 이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를 상실하여 허탈해하고 우울하기보다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꾸준함으로 무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떠한 일도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알의 과일, 한 송이의 꽃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무의 열매조차 금방 맺히지 않는데 하물며 인생의 열매를 노력도 안 하고 조급하게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을 가슴 깊이 충분히 새겨보자. 이보다 더 쉽게 다가오는 명언도 있다. ‘나는 1만 가지의 발차기를 한 번만 연습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발차기를 1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려워한다’라고 말한 이소룡의 생각은 과연 어떠했을까.
신발장에서 가볍고 편한 운동화를 꺼내야겠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있는 만보 어플을 켜서 오늘도 잊지 않고 열심히 걸어야겠다. 나에게 만보는 충분히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목표치이기 때문이다. 쉬이 지쳐서 상실감이 들 가능성조차 없는 운동량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걷기를 통해 수많은 철학 메시지를 완성했다는 사실 또한 조용히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