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초안
어제보다 달이 짧다
새벽은 옅은 치맛자락처럼 방 안을 훑었다
맨발은 은색 포물선으로 시선을 구슬렸고
꼭 들어맞는 유리구두는 시리게 엄포를 놓았다
지상의 추위에 대하여 아느냐고 누군가 속삭였다
그녀의 눈꺼풀은 커튼콜을 받은 발레리나의 걸음을 따라 내려앉았다
나는 여기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입을 다문다
이 아름다움을 뉘와도 나눌 수 없지 않겠느냐
그대 그 고운 손으로 풍요로움을 보듬어주오
인기척을 내던 창틀 위로 산 버들이 흐무러졌다
누구는 아늑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아득하다 말했다
등을 돌린 그녀의 베갯잇에서 눅은 귓자국을 발견했을 때
내 귓바퀴는 이불 속에서 부풀어 오르던 중이었다
고단하게 불어오는 소리는 밑창까지 나달나달했다
맞닿은 목소리는 기어코 옷가지까지 물들였다
질긴 산 버들에서 쇳기가 난다
뭉그러진 솜털은 발림소리를 하며 떨어질 줄 몰랐다
달의 입김을 걷어내자 당신의 모습이 보였다
네깟 놈의 손에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들려있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