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전환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으로 목발을 짚지 않고 병원에 갔다. 물리치료를 마쳤다. 아직 통증이 있지만 점점 나아지리라. 점심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다. 한동안 갑자기 맥도날드가 먹고 싶었다. 애들처럼. 감자를 찍어 먹다 흰 색 반바지에 케찹을 흘렸다. 에이, 칠칠치 못하게. 식사를 마치고 반깁스를 한 발을 절며 집으로 돌아갔다. 걸음에 나름의 리듬이 생겼다. 꼭 발을 덜 디뎌야 안 아픈 건 아니다. 아프지 않고 근육을 많이 안 쓰는 발끝의 각도와 무릎의 굽힘 정도가 있다. 일 관련 전화도 몇 통 한 터라 오전을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절뚝거리는 리듬에 따라 힘차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걸음으로 이번 주에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좀 부끄럽고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것 보다 더 강제로 걱정을 시켜야 할 것 같은 기분? 만일 내가 열흘 전에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 흰 반바지에 뻘건 걸 묻히고 반깁스를 한 채로 거칠게 절뚝이며 걸어오는 지금의 나를 본다면, 안쓰럽거나 이상해보였을 것이다. 불쌍하거나 기괴했을 수도. 최소한 부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누가 부러워해도 될만큼 기분이 좋았다. 목발에서 벗어났고 다리는 점점 나아지고 있고 일 관련 통화도 긍정적으로 했으며 먹고 싶었던 것도 먹었다. 집에 가면 바로 반바지에 묻은 얼룩을 빨 것이고 얼룩이 빠지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을 것이다.
얼른 다시 반깁스를 벗고 다 나아서 얼마 전에 산 구두를 신어보고 싶다. 상상하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