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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May 15. 2019

젖지 않으면 이과수가 아니지

브라질_포즈 두 이과수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이과수와 브라질의 포즈두이과수를 잇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간다. 버스에서 내려 출국·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브라질로 간다. 버스요금이 브라질까지 가는 것이기에 다시 탈 때는 처음의 표를 제시만 하면 추가요금 없이 탈 수가 있다. 미리 알아둔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환전을 하러 주변의 마트로 가는데 브라질로 넘어왔음을 확 실감할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스페인어였는데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어렵게 환전을 하고 간단한 식료품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브라질에도 이과수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푸에르토이과수나 포즈두이과수나 폭포 관광이 주요 수입원이 되기에 그것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서비스는 제공이 되는 것 같다. 브라질의 이과수 공원은 아르헨티나의 그것보다 조금 더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나의 리조트에 온 것 같다고나 할까. 이곳에도 마련되어 있는 공원 내 버스를 타고 본격적인 이과수 구경에 나섰다. 


코스는 단순했다. 강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포토존이 나오면 사진 한번 찍고 다시 메인 전망대까지 가면 됐다. 브라질의 이과수는 뭐랄까 조금 거리를 두고 전체를 조망하는 느낌이라 해야겠다. 바로 옆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아르헨티나의 이과수에 비하면 흥분되는 것은 적었지만 다소 차분하게 전체를 음미할 수 있음이 브라질 이과수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더하면 왠지 모르게 ‘예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생겼다. 하늘과 구름과 폭포와 나무와 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려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풍경화 같았다. 


예쁜 풍경을 보며 드디어 도착한 전망대. 이곳에서도 나는 실컷 물을 맞을 수 있었다. 폭포보다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해서인지 바닥에 부딪힌 물방울들이 다시금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고 그 물방울들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그렇게 다시 젖어가면서 강을 바라보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보지 못했던 폭포 이후의 급류를 볼 수 있었다. 그 안에 있다면 금세 정신을 잃고 쓸려 다니기에 바쁠 것이다. 폭포와 함께 빠지고 싶었던 아르헨티나의 기억이 얼마나 무모한 감상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더불어 지금 서 있는 이 전망대의 데크가 100% 안전하길 빌었다. 


오늘도 역시 다 젖어버린 몸과 함께 이과수 구경을 마쳤다. 이런 젖음에 대비해 3달을 들고 다녔던 우의를 보름 전에 정리해버렸지만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흠뻑 젖었기에 더 강렬한 느낌과 인상으로 이과수가 남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괜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 국회의원들의 이과수 여행 논란이 있었을 때 프랑스를 불란서로 한자화 한 것처럼 이과수 역시 한자어일 거라 오해했던 것이 웃겼던 것이다. 그것이 아님을 이번에 온몸으로 알게 됐다.

젖지 않으면 이과수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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