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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거북이 Sep 10. 2017

아버지와 아들

 내 아버지는 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걸을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들의 발에 흙 묻히는 것이 싫어 항상 업고 다녔다고 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주변에서 칠칠맞다고 하였지만, 아버지는 그런 말씀도 마냥 듣기가 좋았단다. 유별난 아들 사랑. 그것이 내 아버지에 대한 주변의 평가였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사랑과 동시에 두려움과 갈등이 있었다. 아버지의 무뚝뚝함, 불같은 성격, 내 사춘기 시절 반항기가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관의 갈등에 있었다. 아버지는 전통을 사랑하시는 분이셨고 이를 바탕으로 한 철학을 나에게 강요하곤 했다. 그의 세계관은 엄격한 규칙과 절제, 반성이 뒤따랐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뒤쳐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어릴 때는 아버지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조정을 하기 보다는 더  강한 규칙을 강요했고 이는 곧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갈등이 가장 심해진 시기에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났고, 이후 아버지는 더 이상 그의 철학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1년, 또 1년이 지날 수록 점점 나는 아버지의 세계관을 벗어 났고 갈등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날이 되어서 마침내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나도 아버지가 되었다. 병원에 가기 하루 전 날 임신 테스트기에서 결과를 보았지만 그 작은 두 줄 만으로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초음파 사진에서 하얀 콩나물을 보는 순간 여태껐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순간적이며 폭발적인 한희. 수 만가지 감정을 여과기로 거르고 또 걸러서 마지막에 기쁨이라는 감정만 남겨둔 느낌이랄까? 와이프의 뱃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고, 청전기 속으로 뛰는 그의 심장 소리 한 박자 한 박자가 소중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 날, 난 돌아오는 버스에서 유독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가 넣었다가 결국 연락을 드리지 못했지만 왠지 아버지와 더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뱃 속에 태어난 그 날 지금의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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