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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킴 Sep 15. 2022

어떤 작은 열정에 대한 이야기

20일, 40일, 60일을 지나 200일. 


올해 2월부터 쓰기 시작한 운동과 식단 일지를 200일 넘게 쓰고 있습니다. 사실 다이어트할 때마다 식단 일지를 썼는데요, 샐러드 먹은 날은 꼼꼼하게 쓰고 프링글스 한 통을 다 먹은 날은 일지 쓰는 게 싫어 실제로 두 달 넘게 일지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10대때부터 지금까지 썼던 식단 일지만 해도 10권이 넘을 겁니다. 


그 때부터 20대 후반까지 한 다이어트는 모두 실패했고요. 그런데 이번엔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클린한 음식'만 써야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다이어트의 프레임을 벗어나 ‘내 몸에 들어간 음식 관찰일지’로 관점을 바꿨습니다. 그 후 아이스크림, 피자, 곱창, 삼겹살이 식단 일지 스프레드 시트 안에 채워졌습니다. 


이 스프레드 시트는 현재 200일을 넘기고, 220일이 지난 지금까지 업데이트 되고 있고요, 

저는 일지를 쓰기 시작한 2월보다 9월인 지금 10KG 넘게 살을 뺐습니다. 


하지만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다이어트’가 목표였던 저의 식단 일지는 이제 식단과 운동 일지로 업그레이드 됐고, ‘풀업 1개 해내기’, ‘러닝 5KM 30분 이내’ 등 다이어트에서 운동 수행 능력으로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식단 일지도 먹은 음식에 대한 기록에서 나아가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한 영양 성분 섭취 일지로 자리매김했고요. 


식사와 운동 탭을 나눠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불과 몇달 전까지 저를 옥죄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은 이제 운동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습니다. 30대를 시작하며 특정 운동(제가 선택한 운동은 크로스핏이고요)을 더 잘하기 위해 신체의 움직임과 멘탈을 ‘트레이닝’ 해야겠다고 '욕망'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작게 시작한 습관이 어떻게 작지 않은 열정이 되었을까? 


제가 경험한 과정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눈에 들어온 책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리틀 교수의 ‘내가 바라는 나로 살고 싶다’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저는 20대 내내 과체중이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과 과식을 일삼다가 단기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는 언제나 3개월을 넘기지 못했고요, 뺐던 몸무게는 원위치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시작했던 몸무게보다 더 나간 적도 많았습니다. 


내가 바랐던 나의 모습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20대의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때 음식에 대한 애증과 회사 생활의 무료함을 책으로 승화(?)시켜 일러스트 에세이를 출판한 적도 있습니다. 2019년 말에 텀블벅 프로젝트로 진행했었어요. 함께 작업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이 제 모습을 귀여운 수달로 그려주셨지만, 사실 이 책을 펀딩 받아서 출간했을 무렵의 제 몸무게가 저의 인생에서 두번째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직과 헤어짐을 겪으며 무척 힘들었고요. 



내가 바라는 나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리틀 교수는 사람은 성격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대로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존재보다 힘이 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아도 어떤 행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삶의 나이테를 그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200일 넘게 내가 먹은 음식과 운동을 기록한 나는 200일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제가 다이어트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이어트라는 걸 넘어서는 삶의 방향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200일 동안 식단과 운동을 기록한 행위가 어떤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제겐 이 200일 동안의 식단과 운동에 대한 기록, 그리고 운동을 할 때 얻은 나의 몸에 대한 감각이 무척 소중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오늘의 투두리스트에 뭘 적으셨나요? 


아침 러닝, 비타민 챙겨먹기, 데이터 공부하기,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카톡하기…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을 우선 적어보세요. 그리고 작게 시작해보세요. 3일을 해본 다음, 다시 일주일 동안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러닝을 못했다면, 동네 10분 걷기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곧 러닝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을 이어서 해보는 사이 우리의 행동은 나를 조금 더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바꿔줄 겁니다. 


아침 러닝처럼 작게 시작한 행위가 마라톤 10KM 완주로, 비타민 챙겨먹기가 건강한 영양 성분에 대한 지식으로,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 표현이 지역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확장하는 경험을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소중하게 여기고 키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의 행동이 내일도 이어져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바꾸는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을 반드시 기록해보세요. 나의 작은 열정이 더 이상 작지 않게 느껴질 때, 나는 조금 더 내가 바라는 나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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