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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킴 Jul 09. 2023

조직을 떠나는 사람,
조직에 남는 사람

출근하면 티타임을 하는 게 일이 되어버렸다. 


나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 키워드는 ‘불확실’, ‘불안정’, ‘안정’이었다. 회사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내 밥그릇은 불안정하니, 여기보다 더 안정적인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번아웃이 온 동료들도 있었다. 갈 곳을 정해둔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좀 쉬면서 다음을 고민해볼 거라고 했다. 


지쳐버린 동료들에게 어떤 힘도 보태지 못하고 놓아주는 건 슬펐지만, 더 안정적인 곳으로 가보겠다는 선택지엔 묘하게 동하지 않는 나를 보며 나는 왜 여기에 남고자 결정했는가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것 같았다. 


안정적인 회사는 사실 좋은 회사다. 


수익 구조가 확실하고, 연봉도 높일 수 있으며, 탄탄한 직원 복지와 네임밸류로 사회적인 인정도 받을 수 있다. 왜 좋은지 굳이 설명도 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그런 안정적인 회사를 다닐 때의 나는 정말 괴로웠다. 층수를 미리 찍고 타야하는 매끈한 엘레베이터 안에서,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정말 숨이 턱 막혔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17층, 내 이름이 적힌 큐비클 칸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모니터를 켰다. 나는 안정적인 회사가 맞지 않았고, 4년 동안 점점 무기력하고 무력해졌으며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빵빵하게 불어넣은 튜브의 꼭지를 꼭 잠그지 않은 것 같았다. 


들어오는 공기없이 갖고 있던 공기 압력만 줄면서 나는 매일 조금씩 죽어갔다. 일, 사람, 건강, 관계, 취미 등 삶을 구성하는 모든 중요한 것들에 심드렁해졌으니 죽어간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았다. 회사를 나오자 튜브 꼭지는 꼭 잠기고 바로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찼다. 


직원 수 10명 안팎인 회사, 200명 안팎인 조직의 공기가 나의 튜브를 채워넣었다. 나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갈구하지만, 나는 그런 곳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이미 내 무의식 속에서 알고 있었다. 


지금이 회사에겐 위기지만, 이 위기가 반드시 개인의 것은 아니다. 


위기 앞에서 나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악수를 둔 적이 있다. 또 다른 위기 앞에서 나는 오히려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스스로 납득이 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안정보단 들이받기를 선택했다. 나라는 사람은 안정보단, 들이받기가 더 잘맞는다는 가정이 깔렸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각자가 내린 선택은 존중하는 것으로. 


다음 주엔 회사를 나가는 동료들의 손을 한번 더 꼭 잡아주어야겠다. 서로에게 다정한 말을 주고받으며, 우리 모두 지금은 힘을 내기보단 힘을 빼자고. 나와 동료를 같이 다독여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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