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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킴 Dec 15. 2021

성장하는 회사와 갈아넣는 개인 사이

어른이 되기 전의 우리에겐 성장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도 키가 크던 시절이 끝나면 성장기는 이내 지나간다. 

개인에게 성장기가 있듯 나라도 마찬가지다. 7,80년대의 한국은 극심한 성장통을 겪으며 2020년대에 접어들었다. 한번 지나간 성장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만들어내려면 지금의 관성을 거스르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가 성장을 외치고 있다. 

특히나 자신이 속한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면 여긴 아예 ‘스타트업 = 성장’이라는 공식을 내걸고 일하는 아주 특수한 곳. 스타트업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몇 백억에서 몇 천억 원의 돈을 받고 일정 기간 내 투자 회수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친듯이 달리는 조직이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집어넣기 때문에 애초에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기에 스타트업은 OKR, 스크럼/스프린트, 분기별 로드맵, 원온원(1:1) 등의 잘 알려진 시스템으로 조직적인 성장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또 회사가 직원을 위해 저녁 식대나 야근 교통비, 혹은 직무 교육비를 지원한다면 나를 위한 복지, 나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개인의 성장이 조직 차원의 성장이 되길 바라는 기대 심리가 투영된 복지라고 보면 된다. 


특히 요즘엔 ‘회사와 개인의 성장’, ‘프로덕트와 개인의 성장’, ‘팀과 개인의 성장’ 등 조직과 개인인 나의 성장을 묶으려는 시도와 방법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내가 하는 고민을 회사 차원에서도 함께 고민한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회사는 내가 매일 출근하면서 묻는 질문에 바로 답을 주는 곳은 아니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을까? 나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이 곳에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기 어렵다면 아래 세 가지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1. 회사가 성장한다고 반드시 개인이 성장하는 건 아니다. 
2. 성장하는 회사에서 내가 열심히, 잘 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성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3. 회사의 성장과 관계없이 개인은 언제나 성장할 수 있다. 


1번과 3번은 대부분 어느 정도 공감할 것 같다. 회사의 성장세에 올라타려면 나도 그만큼 주도적으로 일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성장세 덕을 보려면 개인의 노력 또한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지 않고 지지부진하거나, 지금은 회사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회사 밖 나의 부캐를 개발하거나 프리랜서로서도 얼마든지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회사도 크게 투자 받아 성장하고 있고, 나도 열심히 하며 나름대로 좋은 피드백도 받는데 내가 원하는 성장을 못하는 억울한 경우는 왜 발생할까? 높은 확률로 회사가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말에 일찍 수긍한다면 나의 인풋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물에 실망하거나 허탈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IT스타트업에선 개발자를 제외한다양한 비개발 직군을 필요로 하는 시점과 회사의 스테이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나의 역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내 업무의 가치 또한 디스카운트하고 있을 것이다.


회사가 성장할 때 개인이 갈려나가는 건 참 별로인 것 같아요.
회사의 성장통을 내가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 지점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Biz Dev로 합류한 지인의 말.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스펙에 직접 창업도 해본 소위 ‘능력자’였지만, 그녀를 채용한 회사는 당장 비즈니스팀을 꼭 필요로하는지 확답을 주지 못했고, 경영진 또한 비즈니스팀에 대한 기대치가 불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백번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성장하는 회사이기에 그만큼 일은 많겠지만 내 커리어 성장의 스위트스폿을 그 회사에서 찾지 못한 개인은 갈려야 할 이유가 없다. 회사 안에서 어떤 경험치는 쌓이는데 배움은 없다면 그건 간접경험이지 성장이 아니다. 


반대로 ‘이걸 버티는 게 나에게는 000를 위한 기회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기꺼이 고됨 끝에 열매를 수확했으면 좋겠다. 기회에 대한 직감은 언제나 개인의 성장과 맞닿아있다. 


이 갈려나감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당장 답을 할 수는 없더라도, 되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힘듦이 성장을 위한 기회였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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