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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연 Nov 03. 2015

요리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

영화 '줄리&줄리아'를 보고

요즘 이상하게 요리 영화가 끌려 자주 보게 된다. 우리 인생이 복잡해 보여도 먹고, 자고, 일하는 걸 빼면 별다른게 없다. 요리하는 행위는 참 단순한 노동을 원하지만, 또 그것만큼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행위도 드물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파 배우인 메릴 스트립(줄리아 역, 이 영화를 위해 살을 찌우고 실제 인물과 말투까지 완벽히 소화한)과 에이미 아담스(아주 까칠하지만 귀여운 요리 블로거 줄리 역)가 주연하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연출했던 여류감독 노라 애프런 감독이 제작한 영화이다. 2009년에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놓친 영화인데 예고를 해주길래 냉큼 결재했다.

1940년대 불혹이 넘은 나이에 같은 외교관인 남편 폴('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 대머리 실장님이 남편으로!)을 따라 파리에 와서 전설적인 요리사가 된 줄리아가 8년간의 여정동안 프렌치 쿡북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2002년 뉴욕으로 이주한 줄리는 어릴적부터 그녀가 존경하는 줄리아의 524개의 레시피를 1년안에 시도해 블로그에 남기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시대를 초월해 요리라는 공통점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두 여자의 실화를 하나의 영화로 아주 자연스럽게 묶은 감독의 연출력이 놀랍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스승인 줄리아가 제자 줄리에게 요리에 대해 사사를 하는 뭐 그런 얘기인줄 알았더니 배경도 시대도 달라 한번도 만나지도 않는다는 점이 참 아쉽다. 물론 요리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깊이 소통하고 있긴 하지만 ...  

줄리가 블로거로 등장하는 점도 시대상을 반영한 것. 요즘은 '블로거'라는 것이 하나의 타이틀처럼 불리는 세상이지만 사실 유명 블로거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한 열정을 갖고 지속하다보면 돈과 명예가 따라온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뇌리에 남는 몇가지가 있다.

몇시간에 걸쳐 요리하는 프랑스식 야채스프나 '뵈프 브르기뇽'을 해먹고 싶어진다.

컬러풀한 요리접시를 사서 요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진다.

부부간의 대화를 많이하고 서로의 일에 대해 격려하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기 믿음에 대해 용기를 가져야 한다.

줄리아가 요리를 한 것은 남편과 요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늦은 나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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