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르네상스(Renaissance)' 하면 서슴없이 튀어나오는 대표적 이름들이다.
그럼 미술사에서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이는 누구였을까?
잠시 멈칫하다 나오는 이름.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7-1337)'다.
그는 비잔틴 전통(2차원적 양식)을 지양하고 정면에서 벗어나 측면과 후면을 묘사하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간감을 만들어 냈으며 원근법과 명암을 이용해 평면에 입체감을 표현하고 배경에 구체적인 풍경과 건물들을 그려 넣으며 회화에 배경이란 요소를 최초로 도입한 화가이기도 하다.
애도(Lamentation), 1304-1306, 조토, 스크로베니 성당, 파두아, 이탈리아 이러한 사실성뿐만 아니라 조토는 인물의 감정과 역동적인 동작의 표현을 그려냄으로써 단순히 사실 기록을 위한 도구였던 회화를 작가의 감정을 전달하는 화풍으로 미술사에 르네상스 시대를 연 피렌체 화파의 수장이다.
시에나 전시를 알리는 메트의 그레이트 홀 그런데 비슷한 시기 피렌체의 라이벌 도시 시에나에는 서양 미술사의 시조를 알리는 시에나 화파의 수장 '두초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1278-1318)'가 있었다.
'두초'의 걸작 '마에스타(Maesta)'를 비롯 당시 1300~1350년 시에나 화파를 이끌던 '로렌제티 형제(Ambrogio Lorenzetti:1319-1347와 Pietro Lorenzetti: 1320-1348)'와 천재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1315-1344)'등의 수작들이 한자리에 모인 <Siena :The Rise of Painting> 전이 내년 1월까지(24.10.13~25.1.26)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실 입구 서양 미술의 창시로 평가되는 시에나 화파의 대가 두초의 거작 '마에스타'로 시작되는 전시장은 시에나 화파를 조명한 유럽 밖의 최초의 전시회라는 설명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에스타'는 천사들과 거룩한 사도들로 둘러싸인 성모와 아기 예수를 그린 작품들을 의미한다.
전시실 전경 1308년에 시작하여 1311년에 완성된 높이가 5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제단화는 당시에는 가장 큰 제단화이자 양면이 모두 그려진 최초의 제단화였다.
설치를 위해 시에나 성당으로 운반되는 날 시내의 모든 가게는 문을 닫고 교주가 직접 행렬을 지휘하는 등 장관이었다고 한다. 중앙 제단에 설치된 이 제단화를 밝히기 위해 전면에 150여 개, 뒷면에 80여 개의 초를 밝혀야 했다는 설명이다.
두초의 마에스타 전면과 후면의 설명서 제단화는 정면에 성모의 대관식을 중앙에 크게 그려 넣었고 제단화의 하단 부분인 프레델라(Predella)에는 성모의 일생을 7개의 패널에 그려 넣었다. 중앙 패널의 크기만 가로 4m, 세로 2m에 이른다고 한다.
마에스타 전면(위키미디어) 뒷면에는 예수의 일생을 그린 모두 40개의 패널이 그려져 있는데 제단의 하단 프레델라에 그려진 9개의 패널 중 분실된 한 부분(세례 받는 예수일 것으로 추정)을 제외하고 8개의 패널이 모두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최초라고 한다.
마에스타 뒷면(위키미디어) 마에스타 제단화는 14세기 설치된 후 1506년 까지는 시에나 성당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그 후 해체되고 분실되고, 일부는 팔리기도 하여 안타깝게도 본래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고 한다.
1878년부터 이 거대한 제단화는 시에나의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Siena)에 보관되어 있다.
분실된 한 면을 제외한 뒷면 8개의 프레델라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두초가 이 제단화를 그리게 된 배경에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1260년 시에나는 피렌체와의 전쟁인 몬타페르티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는데 이 전쟁은 중세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전투였고 단테의 신곡에도 등장하는 전투다.
전투에서 승리한 후 시에나는 자신들의 도시를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 수호성인으로 여겼다.
이 승리 후 시에나는 북부 유럽에서 로마를 거쳐 나폴리 까지 이르는 120km에 달하는 순례자들의 길인 '비아 프렌치제나'(Via Francigena)의 영향으로 경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풍요로운 골든 에이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영광은 오래가지 못하고 14세기 중반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로 당대를 이끌고 이 전시회를 장식한 화가들이 모두 사망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마에스타'를 비롯 두초의 다른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성모와 아기 예수', 1300, 두초 디 부오닌세냐, 메트, 뉴욕 개인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성모와 아기 예수를 실제 어머니와 아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려내면서 아기의 앞날의 처형을 예견이라도 하듯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성모의 표정 등에서 신적인, 상징적인 비잔틴 미술 양식이 아닌 인간미를 나타내는 서양 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크기는 작지만 매우 값진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 하단에 그려진 '난간(pararet)'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해 주는 장치로 해석되며 당시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사용된 기법으로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치다.
성 니콜라스, 그레고리, 천사들이 있는 십자가형, 1311–18, 두초 , Museum of Fine Arts, Boston
성 도미니크, 성 아우레아와 함께한 성모와 아기 예수, 1312-1315, 두초,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조토와는 달리 음영이 없는 평면적 느낌의 그림이지만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과 화려하고 풍부한 색채를 중시하며 인간미를 살려내는 트레젠토 화풍(14세기 중세를 넘어 서서히 르네상스 정신이 시작되는 시기의 화풍이다.)의 시에나 화풍은 이런 점들이 서양 미술의 창시로 평가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24년 '꼭 봐야 할 전시'로 뽑힌 이 전시회의 다른 주인공들인 '로렌제티 형제'와 천재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작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이 시기 뉴욕을 방문한다면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전시회다.
로렌제티 형제와 시모네 마르티니의 전시실 전경 뮤지엄 마일을 장식한 시에나 전시회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