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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Dec 22. 2017

이 분 누군지 아세요?

아는 만큼 보이는 성인들의 상징(Attribute)


아는 만큼 보이는 성인들의 상징(Attribute) 만큼 보이는 성인들의 상징(Attribute)

서양 회화를 감상하다 보면 그림 속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들고 있거나 곁에 두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신 제우스는 반드시 독수리와 같이 그려지고,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 옆에는 화려한 공작새가 지나가는가 하면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항상 초승달 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는 그런 그림들 말이다.

이러한 인물의 상징(Attribute) 은 신화뿐 아니라 성인(Saint)을 그린 작품에도 등장한다. 어떤 상징이 어느 성인을 나타내는지를 알고 보면 그림을 보는 것이  한결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루브르에서 자주 보았던 성인들의 상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성인들이 대부분 순교하거나 박해받은 탓에 섬뜩한 장면이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상징을 몰랐을 때는 ‘왜 저런 장면을 그려 넣었을까?’ 하고 의아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잘려나간 가슴이나 온몸에 화살을 맞고 신음하는 모습의 주인공을 보면서 갸우뚱 거리지 말자.


1. 동정녀 아가사 (Agatha of Sicily) 


조반니 카리아니(Giovanni Cariani), 에든버러 내셔널 갤러리

시실리의 카타니아 지역 성인으로, 주로 두 가슴을 쟁반에 담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로마 왕의 종교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신념을 강변하다가 스무 살 나이에 가슴을 잘리는 고문을 당하고 순교한 성녀다. 아그네스, 루치아, 세실리아와 함께 기독교의 네 동정녀 순교자 중 한 사람이다.












2. 동정녀 루치아 (Saint Lucie de Syracuse)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깊은 신앙심으로 동정 서원(평생 혼인하지 않고 하느님을 모시고 삶)한 성녀로, 두 눈을 쟁반에 담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기적을 일으켜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 감옥에 갇혀 종교 박해를 받았다. 왕이 그녀를 죽이려 할 때마다 기적이 일어나 죽일 수 없게 되자, 단도로 목을 찌르고 눈알을 뺐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성인이다.











3. 동정녀 아그네스 (Saint Agnes)


도메니키노(Domenichino), 윈저 성

열세 살의 어린 로마 소녀로, 대표적인 동정녀 순교자다. 미모가 빼어나 많은 이의 청혼을 받았는데, 청혼을 거절당한 이가 그녀가 기독교 신자임을 고발하는 바람에 갖은 곤욕을 치르다 순교했다. 그녀는 기독교를 부정 할 것을 강요당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 그러자 심문관들은 그녀를 발가벗겨 매음굴에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천사들이 지켜 준 덕분에 아무도 아그네스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녀는 화형에 처해졌지만, 불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참수형에 처해졌다. 아그네스의 상징인 양은 순결을 의미한다.







4. 동정녀 세실리아 (Saint Cecilia)


오라치오 젠티레쉬(Orazio Gentileschi),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로마 명문 귀족의 딸로 태어났으나, 기독교 교리를 배우며 자랐다. 동정 서원하기로 다짐했지만, 부모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 그녀는 남편과 시동생까지 기독교로 개종시켜 갖은 박해를 받았다. 왕은 그녀를 목욕탕에서 쪄서 죽이려 했으나, 죽지 않자 참수형에 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형리의 솜씨가 서툴러 목이 완전히 베이지 않은 채로 고통받다가 순교했다고. 음악의 성인으로, 작은 오르간이나 비올라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음악과 별 관계는 없다. 순교 후 수백 년이 지난 뒤에도 유해가 전혀 썩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성녀다.



5. 성녀 아폴린 (Saint Apolline d’Alexandrie)


 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사소페라토(Giovanni Battista Salvi da Sassoferrato), 파브르 미술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성녀다. 이 지역에서는 토속신인 이시스 여신을 섬기고 있었는데, 아폴린은 자기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 주고, 기독교를 믿었다. 이 때문에 회유와 고문을 받던 그녀는 턱이 부서지고 이를 모두 뽑힌 끝에 결국 화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아폴린은 이교도의 손에 불 속으로 던져지는 것이 싫어서 스스로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한다. 주로 이를 뽑는 집게와 뽑힌 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6.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트린느 (Catherine of Alexandria)


<성 카트린느의 신비한 결혼식(Mariage Mystiquede Saint Catherine)>,코레조(Correggio), 루브르

아마도 회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인이 아닐까 싶다. 상징은 수레바퀴(Wheel)이며, 늘 가시 박힌 바퀴와 함께 그려진다. 왕가의 공주였던 그녀는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학문에도 뛰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학식을 뛰어넘는 사람만이 자기와 결혼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는 곧 예수를 두고 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로마 왕의 회유와 청혼에도 굴하지 않았다. 화가 난 왕은 못이 박힌 바퀴로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카트린느가 손을 대자 바퀴는 힘없이 부서지는 기적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참수형에 처해졌다. 회화 중에 어린 예수와 카트린느가 반지를 주고받는 그림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치 결혼 의식처럼 보이는 이 장면을 ‘신비한 결혼식(Mystic Marriage)’이라고 부른다. 한편, 잔 다르크는 꿈속에서 프랑스를 구하라는 계시를 받는데, 그때 꿈속에 나타난 성인 중 하나가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카트린느였다.



7. 막달라 마리아 (Magdalene Mary)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루브르

‘막달라 지역의 마리아’라 해서 붙여진 이름, 막달라 마리아.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성모 마리아(Virgin Mary)와 함께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마리아다. 그녀는 주로 긴 머리에 빨간 옷을 입거나 향료 병과 해골을 옆에 둔 모습으로 그려진다.














8. 성 바르톨로메오 (Barthelomew the Apostle)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ement,1541)> 중 일부, 미켈란젤로,바티칸 시스틴 성당.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진 뒤 참수된 성인이다. 벗겨진 살가죽 또는 칼을 든 모습으로 많이 그려진다. 밀라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그림에서 맨 왼쪽에 있는 제자가 바로 바르톨로메오다.

바티칸 성당의 '최후의 심판'에 껍질이 벗겨진 바르톨로메오의 얼굴에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밀라노



9.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San Francesco d’Assisi )


<성흔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Saint Francesco d’Assise Recevantles Stigmates)>, 조토,루브르

주로 ‘성흔(Stigmata)’을 받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로마 가톨릭 수도사다. 성 프란체스코의 성흔은 로마 가톨릭이 최초로 인정한 공식 성흔으로 유명하다. 프란체스코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부의 허무함을 깨닫고 가난하게 살기를 자처했다고 한다. 그는 동물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는데, 조토(Giotto di Bondone)의 작품 <성흔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가 루브르에 있다. 조토는 르네상스의 문을 연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나는 이 그림에서 오른쪽 아랫부분, 성 프란체스코 뒤에 서 있는 수도승의 표정이 무척 마음에 든다. 새들과 대화를 나누는 성 프란체스코를 이해 못 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의 모습이 왜 그리 시선을 끄는지.

이런 순수한 표현은 내가 조토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측 하단 부분 확대


10. 성 제롬 (Saint Jerome)


 <고행하는 제롬 성인(Saint Jerome in theWilderness)>, 레오나르도 다빈치,바티칸 박물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라틴계 기독교인이다. 본명이 히에로니무스(Hieronymus)여서 성 히에로니무스라고도 부른다. 회화에서는 주로 사막에서 고행하는 모습, 돌로 가슴을 치는 모습, 해골이나 그의 곁을 지키는 사자가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는 실제로 사막에서 수도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사자가 그의 연구실로 들어왔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도망갔지만, 제롬은 사자 발바닥에 있는 큰 가시를 발견하고 이를 제거해 주었다. 이후로 사자는 평생 그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그는 화가들에게 사랑받는 단골손님이기도 한데, 그림에는 빨간 모자가 달린 사제복을 입은 모습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루브르에 있는 페루지노(Perugino) 작 <두 젊은이를 지탱하고 있는 성 제롬>에서도 빨간 사제복을 입은 그를 볼 수 있다.












<두 젊은이를 지탱하고 있는 성 제롬>,페루지노, 루브르


11. 성 조지 (Saint George)



 <용과 싸우는 성 조지(Saint George Luttant avecle Dragon)>, 라파엘로,루브르

주로 용을 무찌르는 용맹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용이 등장하면 성 조지 아니면 미카엘 대천사로 생각하면 된다. 성 조지는 군인을 상징하는 성인이기도 하다. 사연인즉 리비아의 조그만 나라에 나쁜 용이 나타나 젊은이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사악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젊은이들을 바치다가 드디어 공주까지 제물이 될 위기에 놓였는데, 전설들이 대개 그렇듯이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성 조지가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는 용을 물리쳐 주는 대신 기독교를 받아들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로마 왕은 이 영웅을 회유하려 했으나,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모진 고문에도 죽지 않자 참수형에 처했다고 한다.


12. 미카엘 대천사 (Archangel Michael)


<사탄을 무찌르는 성 미카엘(Saint Michel Terrassant ledémon dit Le Grand Saint Michael)>, 라파엘로,루브르


용 그림 때문에 성 조지와 혼돈의 여지가 있는 대천사장이다. 사탄으로 표현되는 천사장 루시퍼와 비교되는 최고 천사장으로, 사탄이나 용과 싸우고 승리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성 조지와 구분하는 방법은 날개다. 미카엘은 천사니까. 프랑스의 대표적 관광지 몽생 미셸(Mont Saint-Michel) 은 바로 이 천사장의 계시로 바다 위 돌 섬에 지어진 수도원이다. 또 파리 시내에 있는 생 미셸 분수 광장(Place St. Michel) 도 천사장 미카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광장이다.


13. 성 세바스찬 (Saint Sebastian)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작, 루브르

주로 화살을 온몸에 맞은 모습으로 표현되는 성인이다. 원래 로마 황제의 군인이었으나,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당하다가 순교했다. 황제의 친위대장에 임명되기도 했던 그는 황제가 기독교인을 잔인하게 박해하는 데 항거하다가 화살형에 처해졌으나, 목숨을 잃지 않고 구출되었다가 다시 체포되어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체는 로마의 하수구에 버려졌다.

















이 외에도 세례 요한(St. John the Baptist)은 양털을 걸치고 나무 십자가를 지고 양과 함께 있는 모습으로,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선지자 다니엘(Daniel) 은 사자 굴에 갇힌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사자 굴 속의 다니엘>,피터 폴 루벤스,워싱턴 내쇼날 갤러리 오브 아트




아래 그림은 루브르에 있는 작품인데 작품의 오른쪽에 우리가 알아본 성인들이 대부분 그려져 있었다.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성녀 루치아,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트린느, 성녀 아가사, (한 사람 건너) 성녀 아폴린이다.

참고로 성녀 아가사 다음에 건너뛴 성인은 스페인의 레오카디아 성녀(St. Leocadia)로 그녀가 감옥에서 옥사했음을 의미하는 탑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성인이다.

그림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게 되자 다른 세계 그림 같던 첫인상은 어디로 가고 옛날부터 알던 그림 같은 친근감마저 들었다.

드디어 그림 속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며 그림을 읽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루브르 문 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나에게 이 거대한 보물 창고가 드디어 조그만 선물을 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The blessing of the chasuble to Saint Ildefonso>, 스페인 무명 화가, 루브르




믿거나 말거나 프랑스는 1년 365일을 제각기 다른 성인의 축일로 기념할 만큼 많은 성인을 가지고 있다.

서점에서 찾은 365일 성인 달력




                       다음 글은 <1. 파리의 네버 엔딩 스토리> 새 글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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