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 봄이 오지 않기를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이 내려진 한 밤,
1980년의 기억이 2024년의 밤을 찢고 들어왔다.
누군가의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뛰기 시작하는
그 찰나의 순간처럼 우리의 살갗을 파고들어 왔다.
내 안의 모든 장기가 떨리던 그 순간,
우리는 함께 깨어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이 모여
파도가 되어 밀려오던 그 시간,
마치 오래된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
오빠의 피 묻은 교복 자락,
언니의 찢어진 일기장으로 전한 잔혹한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단단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깨어 있었다
누군가는 철렁한 심장을 부여잡고,
누군가는 헛웃음을 삼키며 모두 깨어있었다.
1980년의 기억을 안고
2024년의 새벽을 지켜내야 했다
다시는, 다시는 그 봄이 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