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 세상에서 너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했던 사람이 너의 곁에 없었던 슬픔, 그리고 네가 나를 그리워하며 흘렸을 눈물들까지 다 안고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너를 품에 안았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는 내 손안에 쏙 들어왔던 작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내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얼마나 너에게 미안했는지, 이젠 하늘에서야 겨우 고백한다.
만약 내가 너의 곁에 다시 있다면, 내가 묻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우리 딸, 잘 먹고 다니니? 사는 게 너무 힘들진 않니? 웃고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정말 괜찮니?" 그리고 나는 잔소리를 했겠지. "밤 늦게까지 무리하지 마라. 아무리 네가 강해도 힘들 땐 울어도 된다. 누구보다 너 자신을 아껴야 한다." 이런 말들이 네게 위로가 됐을까? 어쩌면 지금도 네 귀에 들리기를 바란다.
네가 나를 원망했던 마음도 안다. 너무 어리고 여린 나이에 엄마라는 존재를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외로웠겠니. 하지만 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품고, 네 아이가 "엄마"라 부르며 너에게 달려왔을 때, 문득 나를 떠올렸다 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늘에서 울었다. 너의 "엄마"라는 단어는 그리움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향한 용서였을까.
딸아, 내가 없어서 더 많이 울었을 너를 품어줄 수 없는 게 가장 슬프다. 네가 엄마에게 달려오고 싶을 때, 기댈 어깨 하나 없었다는 것이 가장 미안하다. 용서를 구할 염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스스로 일어나, 사랑을 배우고, 또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너를 보며 자랑스럽다고,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네가 가진 모든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도 그렇게 단단하게 살아준 너에게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진 너에게 존경하듯 사랑함을 느낀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만 더 너 자신을 위해 살아라. 조금만 더 쉬어도 괜찮다. 네가 웃는 모습이, 여기서도 나의 가장 큰 기쁨이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너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때까지, 내 딸아, 너는 너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