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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Apr 16. 2024

20대 유부녀가 말하는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남자 유형

자존감 높은 사람이 사랑을 할 때



'어떤 남자를 만나야 삶이 더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은, 정말이지 20대 내내 함께했다. 그리고 6년의 연애 끝에, 아니 지금의 남편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싶다. 연애 경험을 토대로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고 무얼 해도 만족스러운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외모, 경제력, 나이, 직업, 집안과 같은 흔해빠진 조건은 제외하고 오로지 '행복'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1. 나의 찌질함까지 인정해 주는 사람



모든 인간은 찌질하다. 속이 좁고, 비겁하고, 치사하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수없이 많이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질이다. 우리는 자라며 여러 경험을 하게 되고, 여러 사람을 만나 사회성을 기른다. 이 '사회성'이란 페르소나를 장착하면 본래 우리가 가진 찌질함은 다소 감춰진다. 나만 아는 나의 구질구질함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대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깊이 사랑한다거나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상대라면 내 모든 것을 꺼내 보여주고 싶다. 연애 초기에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으나, 점점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치고 올라온다. 어릴 적 흑역사, 누군가에게 준 상처, 받은 상처, 가족사, 경제력 등등.. 이런 것까지 얘기해도 괜찮을까? 싶은 것까지. 모든 것을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에 술술 이야기한다.



나와는 반대로, 부끄러운 부분은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도 '나는 절대 그 일/나의 이런 점에 대해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상대방이 혹시라도 알게 된다면.. 이런 나라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 하는 바람은 반드시 있다.



나의 부끄러운 부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피를 나눈 가족일지라도 싫은 부분이 있고, 친구는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연인이 나의 찌질하고 치사스러운 모습까지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라면? 평생에 안정감을 얻을 것이고, 최소한 내 배우자로부터 무안함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욕심'이란 제목으로 끄적인 글이 있다. 어떤 일을 겪으며 나 스스로도 창피하다고 생각을 하고서, 자조적인 투로 물었다. "나 되게 초딩 같지?" 답은 언제나 그렇듯 무한한 평안. "아니야, 그거 되게 원초적인 감정이야.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 나쁜 게 아니야."





2.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배우자는 서로의 얼굴만 봐도 피로가 풀려야 한다. 어휴.. 하고 한숨짓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전에 봐도 좋고 자고 일어나서 봐도 좋아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좋고 산책을 할 때도 좋아야 한다. 특히 일이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을 때, 얼굴을 보자마자 행복감이 밀려올 수 있는 사람이면 좋다. 고단한 하루를 씻겨 내려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일상을 튼튼하게 지탱할 힘이 생길 것이다.



한동안 나는 후회나 슬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느 땐 과거에 머물며 슬프거나 부끄러웠고, 어느 땐 미래에 머물며 걱정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과거나 미래에 있게 두지 않았다. 부드러운 투로 일으켜 세우고 마음의 온기로 안아주었다. 특히 '마음 챙김'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어 읽게 되면서, 이제 나는 지금 여기를 산다. 그렇게 현재를 사는 연습을 하다 보니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한편 오빠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도 엄청 행복해 보인다. 자신의 Booking Happiness를 꿰고 있고 실제로 자주 행한다. 이렇듯 매일매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모습을 지긋이 보다 보면, 덩달아 옆에 있는 사람도 한층 행복해진다.





3. 나의 꿈을 응원해 주는 사람



오빠는 늘 말한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 나는 그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어. 나는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빠는 내가 글을 읽거나 쓸 때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나를 응원한다. 연인의 역할은 이성이기도, 친구이기도, 부모이기도, 자식이기도, 선배이기도, 후배이기도,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를 지지하고 서포트해줄 때면, 마치 부모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나를 성장시키는 자존감지킴이이다.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이렇게 건강하고 따스한 지지자라면, 그 인생은 얼마나 포근하고 폭신한가.





4. 강요하지 않는 사람



오빠는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인생의 미학'을 알려주었다. 자기 혼자서만 책을 읽고,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고, 매일 운동한다.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을 반복한다. 처음엔 생소하지만 옆에서 두고두고 바라보면 자연스레 나도 해볼까? 하며 직접 실천하게 된다.



일전에 <7살? 나이 차이 너무 나는 거 아냐?>에서 썼듯, 오빠가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시밭 길을 걸을 것이 훤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고픈 길을 걷도록 두는 것이 진짜 존중이래. 잇다도 곧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고 마음속으로 믿고 있었어.”



강요와 지적은 으레 통제욕구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어떤 점이 안타깝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고쳐주고 싶은 것이다. 나도 전남친들에게 이 욕구를 참지 못해 잔소리하거나, 주변 지인에게 섣불리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내가 뭐 그렇게 잘났다고 남에게 쓴소리와 충고를 하겠는가. 늘 조심하려고 하지만 도와주고 싶은 욕구(인지 고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가 자주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오빠처럼 부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상대방을 정말 존중한다면, 그가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닌 이상 함부로 조언하면 안 된다. 머지않아 그도 스스로 깨우칠 것이고, 나 또한 전혀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이 이치를 이미 깨달은 배우자라면 가르치려는 자의 답답함과 충고를 듣는 자의 수치심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5. 피로 회복이 되는 사람



직장이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은 날, 얼굴만 봐도 스트레스가 다소 해결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얼굴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개운치 못한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괜히 ‘밝은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는 것이 아니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비타민이 되어주는 사람, 묵묵히 지지해 주는 사람이야 말로,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재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밝은 여자, 비타민 같은 여자가 이상형인 남자들이 많은데, 여자들도 그런 남성을 바라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걸 우리 아빠를 보며 느꼈다. 바깥세상의 고됨을 그대로 집 안 식탁까지 끌고 들어와, 미간에 내 천(川) 자를 그리는 아빠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스스로 피로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위 사례에서 봤듯 사회의 먼지를 잔뜩 묻혀 오는 사람은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대처 방식 또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 중에 하나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적절히 다루고 해소할 수 있는 현명한 배우자가 필요하다.





6.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



문제해결력은 단순히 똑똑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통찰력은 물론이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창의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실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문제는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형광등이 나갔다. 어떤 이는 며칠을 그냥 두는 반면, 어떤 이는 깜빡거리자마자 마트로 직행해 새로 산 후 바로 해치운다.


결혼 준비를 한다. 어떤 사람은 상대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고 주변에 “결혼준비? 생각보다 어려울 것 없던데?”라고 말하고 다닌다. 뻔뻔하기도 그지없지! 또 어떤 사람은 결혼 박람회를 검색해 보고, 얼마 전 결혼한 친구에게 전화해 좋은 플래너를 알아본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나 혼자 산골짜기에서 한동안 머물 일이 생겼을 때다. 여기 북한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개발된 지역을 바라보며 처량한 마음까지 들었다. 당시 나는 면허도 없고 차를 구매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생활이 너무나 막막했다. 나는 눈물을 또르륵 흘리며 “오빠.. 나 어떡해ㅠㅠ”라며 울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잇다야, 여기로 이사하기까지 아직 2주 반 정도 남았으니까, 그 사이에 면허 따고 중고차도 사자. 나는 차를 알아볼게, 잇다는 주변에 면허 학원부터 알아봐. 괜찮아, 문제는 해결하면 돼.



그날로 2주 만에 면허를 땄고, 귀여운 중고차도 하나 얻었다. 필요한 서류들도 다 오빠의 도움을 얻었다.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도움을 얻기만 하면 나중에 다른 일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겠어?” 나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기 바로 며칠 전,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다. [의존은 나보다 더 강하고 똑똑한 존재에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존의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책이 될 수도 있다.] 의존이나 도움 요청은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거다.



내가 몇 가지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가 돼버리지 않는다. 또, 다음에 이런 일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때 어떻게 했더라?’ 하며 기억을 떠올려 해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과 더불어 나의 성장이지, 타인의 도움 유무가 아니다.



우울함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지혜로움은 동반자의 긴요한 덕목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정성스레 작성해 보았다. 나야말로 부족함 투성이이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누구나 자신보다 나은 상대를 만나고 싶어 한다. 나보다 돈을 잘 벌거나, 외모가 출중하거나, 몸이 좋거나, 직업이 좋거나, 무엇보다 성격이 좋기를 바란다. 이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다만 이 글을 쓰며 나도 오빠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 분명 오빠도 이런 사람을 만나고픈 본능이 있을 테니까. ㅎㅎㅎ





결혼을 결심하고 확신하게 되는 과정에 이르며 느낀 바가 많다. 가장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결혼하고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TV, 영화, 드라마, 예능, 직장 등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해~ 끝까지 즐기다가 (장가/시집)가~" 왜 결혼을 비추하는 사람들 밖에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결혼해서 이미 행복한 사람들은 굳이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네방네 자랑하지 않아도 행복과 사랑이 충만하니 일상의 흐뭇함을 전시할 필요가 없다. 구태여 남들에게 우쭐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결혼하고도 행복한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이 핵심이다. 쓰면 쓸수록 결혼 장려글이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서로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어쩌다 결혼 장려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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