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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Nov 13. 2017

작가들을 위하여

다섯 번째 브런치 북 프로젝트 공모기간을 마치고.

브런치에서 때로 외로웠다.

다섯 번째 브런치 프로젝트 공모기간이 끝났다. 다들 각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썼을 테고, 나 역시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복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복기해도 이 정도 수준인 것은, 이 정도 수준인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웃음이 나는 글부터 정보를 전달하는 글과 일상을 보여주는 일과 여행의 단면을 보여주는 글까지.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삶을 밀고 나가며 삶에서 버티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삶을 일구는 동력으로 쓰려고 글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때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이 글들이 이해받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도 때로 외로웠다.


조회수 높은, 혹은 메인 페이지에 자주 소개되는 작가들의 잔치에 나는 개다리소반 하나 차지하고 앉은 무명의 객일 뿐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조회수 높은 작가들의 글은 훌륭했고, 부러웠던 적도 많다. 그럼에도 브런치에서 읽는 일보다 쓰는 일이 더 많았던 나는 좋은 글들을 알고는 있으나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거 좋은 글을 쓰는 것도, 트렌드를 읽는 일도 더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때로 내게 공감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

사실은 누가 내 글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실체가 보이지 않는 독자(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는)는 때로 사이버머니처럼 느껴졌다. 조회수가 급하게 올라갈 때가 아주 더러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말 그대로 “클릭”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떨 땐 터치 잘 못해서 내가 쓴 글의 페이지로 넘어왔다가 급하게 다시 나가기도 했으리라 상상했다. 그럼에도, 공감을 보내주는 일이 있거나 때로 덧글이 달리는 것을 가끔 보는 일이 있으면 한 명의 독자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



출판되는 글이라는 것은 잘 쓰는 것 이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어떤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프로페셔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돈을 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글과 돈을 내고 읽어야 하는 글은 다르고 또한 달라야 한다. 돈을 내는 사람들의 마음과 수고로움을 우습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되는 글과 좋은 글은 다른 영역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프로페셔널의 영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등단한 사람들 모두를 작가로 기억하지 않는 이유는, 냉정하게도 글로서 작게나마 수입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돈"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 세속의 가치를 버릴 수 없기에 우리는 책을 내려고 한다. 아니고서야 혼자 쓰고 혼자 읽고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으로 끝이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아닌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글에서 돈을 갈구하는 느낌이 너무 많이 나도 읽고 싶지 않아지는 인간의 심리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책을 내고 싶다.

나이브한 말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수단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은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몇몇 뛰어난 작가들의 출간 소식과 등단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은 원하는 자리에 쉽게 가지 못한다. 실패를 업으로 살아본 짧은 생을 돌아봐도 그렇다. 그러나 쉽게 얻어서 안 되는 자리이기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쉽게 얻으면 안 되는 이유는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이겠다. 얻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도 어떤 사람들은 어떤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그 길을 가기도 한다. 아마 나는 그럴 것이다.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꿈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존재의 이유와도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책을 내고 안 내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다. 


아마 못 내게 되더라도, 멈출 수 없는,

사주팔자에 글이 있는지는 몰라도,

내 일과의 제법 오랜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글쓰기가 어떤 목적을 갖지 않게 되더라도,

내 존재가 목적 없이 태어났듯이,

별 목적 없는 내 글이 문제 되지는 않으리라 자신감을 가져본다.


한 달 뒤면, 당첨자 발표가 있겠다.

나의 글이 아니어도 좋으니, 내가 보기에 꼭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느꼈던 몇몇 작가들이 그 명단에 있길 바란다. 얼굴로 알지는 못해도 글로 진하게 만났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지, 이 바람은 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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