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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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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Apr 23. 2020

시간 지나 빛 바래듯이.

모든 것들은 바래가는 타임라인 위에 서 있다. 

시간 위에 서서 빛 바래기만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스산하다. 

봄이다, 온통 연두빛임에도 약간은 쌀쌀한 바람에 마음이 환하다 어둡다를 반복한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돌아왔다.

잊었다, 일상을 잊듯이.

무언가를 오래도록 보살피는 일을 잘 못하는 체질인지

공기 중에 방황하고 싶었던 것인지

불쑥 앱을 누르고 사이트를 접속해본 적은 있지만

스쳐지나는 수많은 활자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지는 못했다.


시가 되지 못한 낱말도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고, 줍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더는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 마음에 조용히 살기로 했다가도, 그래도 또 갈 곳은 딱히 없다. 

갈 곳 없어 다시 돌아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워 그냥 뭉개고 있다.


시간 지나 빛 바래듯이 

브런치도 바래간다.


쓰다만 노트는 해를 넘기기 십상이고 또 새로운 다이어리를 받아들 때 즈음이 되면 지난 한해를 후회하느라 한 열흘은 간다. 올해는 그 후회도 길고, 고독은 더 길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갈 길을 잃었다. 여행을 갈망했던 과거의 어떤 삶은 그나마 여행에서 가깝던 삶임을 깨닫게 되고, 지난 여행기를 훑으며 너무도 까마득한 과거라 생각하니 더욱 쓸쓸해진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언제나 쓸쓸하다.


나도 찾지 않는 내 빈 집에 요즘 제법 손님이 다녀갔다. 개다리 소반도 하나 내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오래전 써두었던 글을 묶어두었는데 역시나 브런치 메인 페이지 한 곳에 잠시 떴다 가라앉았다 하고 있었나보다.

아무도 읽을 일 없고, 아무도 찾지 못하는 가상의 세계 어느 너머에 내 글들이 조용히 묻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찍고 그 오래된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어느 독자의 활자를 보며 가상의 세계가 현실이 된 듯 연둣빛이 느껴진다.


방황하다 생이 끝날것만 같은 시간들을 우리 모두가 건너고 있다. 하루하루가 촘촘히 아슬아슬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바라고만 있다.

더이상 일상이 무너지지 않기를.

우리의 이 시간이 바래가는 일이 좀 더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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