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
떠올릴 옛사랑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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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릴 옛사랑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떠올릴 옛사랑의 기억을 위한 이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와 다행인 것은,
그저 모든 것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것.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
마침표 안에서 멈추어 버린 우리의 관계.
더 이상 반짝이는 추억을 덧칠할 수 없고,
더 이상 망가지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기억의 색이 바래갈 뿐.
너를 사랑했던 시간들은 찬란하게 빛났고,
이별의 말이 차갑게 내려앉았던,
너의 눈물이 뜨겁게 흘러내렸던,
그 자리에는ㅡ
그 찬란한 모든 빛을 잃은 줄 알았던,
회색빛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사랑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게.
마음을 다했던,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완전하게 지워낼 수 없는 눈부신 기억이라는 것을.
기나긴 시간은 내게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
떠올릴 옛사랑 하나쯤 있는 삶도.
눈부신 기억 너머 어딘가에서
너의 행복을 마음 깊이 바라며 살아가는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