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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플러스 인생 Jan 13. 2022

(2) "국민의힘, 위촉오 삼국지 보는 듯"

1월 4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1. 원본 기사입니다. 


조응천 "국민의힘, 삼국지 보는 듯… 동맹하고 뒤통수도 치고"

https://www.yna.co.kr/view/AKR20220104078100001



2. 어떤 말을 했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4일 국민의힘 내부 갈등 상황과 관련해 "삼국지를 보는 것 같다"며 "촉과 오가 주로 동맹을 하고, 가끔 뒤통수를 친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魏)나라, 이준석 대표를 촉(蜀)나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오(吳)나라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 이상 기사 본문



3.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삼국지가 열 권이면, 유비vs조조vs손권이 한 자리에 모여 싸우는 건 대략 6 권부터입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고 조조에 맞서 싸우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유비의 세력이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나 7권쯤 유비가 촉나라를 세우면서 세 세력이 모두 그럭저럭 나라꼴을 갖추게 됩니다. 세 나라 모두 최소 '왕'의 지위에 오르는 건 8권쯤이고, 모두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건 9권쯤이니 삼국지 전체 분량에서 정말로 '삼국'이 대립한 분량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 나라가 서로 다툰 역사는 오래됩니다. 유비의 촉나라와 손권의 오나라는 분명 동맹을 맺고 조조의 위나라와 대립했지만, 금방 서로 싸움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적벽대전이 서기 208년인데, 불과 7년 뒤인 215년, 유비와 손권은 형주를 놓고 대립했고, 유비의 대리인 관우와 손권의 대리인 노숙이 서로 군대를 몰고 와 대치하는 '익양 대치' 사건이 터지면서 두 세력은 전쟁 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조조가 촉나라의 앞마당과도 같은 한중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다급해진 유비는 손권과 화해하고, 조조를 막으러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유비와 조조가 한중쟁탈전에서 일대 격전을 벌이는 사이, 비슷한 시기에 손권은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의 합비를 공격합니다. 촉나라, 오나라가 연합해서 위나라를 양쪽에서 물어뜯는 모양새가 된 거죠.


조조는 한중에서 유비를 꺾지 못하고 군대를 물리게 되지만, 장료가 지키고 있던 합비에서 위나라는 오나라를 격퇴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일진일퇴. 촉과 오의 연합작전이 이렇게만 계속 이어졌다면 위나라가 두 나라를 상대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 상황이 끝나자마자 촉과 오는 또 싸움을 벌입니다. 이게 바로 형주쟁탈전입니다. 유비의 의형제 관우가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 군사들과 싸우는 사이, 오나라의 여몽이 관우군의 배후를 급습해 관우를 죽이고 형주를 탈취한 겁니다. 분노한 유비는 군대를 이끌고 오나라를 침공, 이릉대전을 일으켰다가 육손의 화공에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실의 속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제갈량의 주도 하에 다시 촉오 동맹이 부활하긴 했지만, 전처럼 동시에 위나라를 공격하는 연합작전은 몇 차례 가동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세 나라가 팽팽하게 대립했던 시기가 길지 않았던 겁니다. 두 세력이 연합해서 하나의 큰 세력과 맞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천자'를 끼고 있던 조조의 위나라를, '대선후보'란 자격을 지니고 있는 윤석열 측에 비유했습니다.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윤석열 대 이준석, 이른바 '준스톤 대전'이 벌어질 때 많은 평론가들도 "결국 대선 후보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었죠. 


'한조부흥'이란 대의를 기반으로 조조에게 맞선 유비의 촉나라를, 젊은 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대표' 자리에 오른 이준석 대표에게 비유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유비는 당시 조조를 암살하라는 천자의 밀서를 받았고, 그걸 가장 큰 명분으로 조조에게 맞섰습니다. 조조를 극복하라는 것이 진정한 시대의 대의라는 뜻이죠. 이준석 대표는 '이대남'이라는 요새 가장 핫한 세력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권교체' 또는 '이대남'의 지지가 천자의 밀서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결과적으로 이준석 대표와 화합한 윤석열 후보는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긴 했습니다. 


이제는 '팽' 당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오나라에 비유한 건 어떨까요? 오나라는 삼국지 전체에서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드는 세력입니다. 유비vs조조의 대결에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탓입니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외부에서 온 사람이고, 결과적으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미련 없이 대선에서 빠져버렸죠. 천하를 두고 다투는 싸움에 본인이 원할 때는 강하게 관여하지만, 또 묘하게 초연하게 떠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기동은 오나라와 비슷해 보입니다. 애당초, 오나라의 군주 손권이 시도했던 것도 '천하통일'이라기보다 오나라의 '독자노선'에 가깝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세 인물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로 아웅다웅 다퉜으니, 상대 진영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팝콘각이었을 겁니다. 세 나라가 힘을 다해 싸우다가 결국 다 쓰러지고, 승리를 거머쥔 것은 사마씨의 진나라였으니,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그림에 빗대 표현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삼국지에서 촉나라와 위나라가 연합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쨌든 오나라(김종인)은 그림에서 빠지고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함께 가는 그림이 나왔습니다. 


앞으로의 대선구도는 또 어떤 삼국지 장면에 비유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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