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1. 원본 기사입니다.
2. 어떤 말을 했을까요?
“당무우선권은 2006년 혁신위원장으로 제가 만들었다. 윤 후보 측이 착각하고 있다. 불가피할 경우 후보 생각을 우선해 달라는 건데 조자룡의 헌 칼인 줄 잘못 알고 있다”며 “취지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시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당무우선권의 취지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 있는 것이며 모든 당무 전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이상 기사 본문
3.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삼국지연의에서 조운 자룡은 조조 군이 몰려오는 장판파를 휘저으며 유비의 적장자 아두를 구출합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조조 군이 무려 수십만으로 묘사돼 현실성이 떨어지나, 정사에서도 호표기 5천 명의 추격 속에 아두를 구출해낸 것은 기록된 사실입니다.
삼국지연의는 이 과정에서 조운이 적군의 피가 묻은 창이 무뎌지자 상대의 무기를 빼앗아 싸웠다고 전합니다. 그중 압권은 조조의 배검장(검을 보관하는 장수) 하후은을 죽이고 빼앗은 청강검입니다. (청홍검, 이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쇠로 쇠를 자른다'는 명검으로 의천검과 쌍벽을 이뤘다고 하는데, 서기 200년대에 쇠를 자르는 검이라니 무슨 광선검인가요? 아무튼 조운은 이 검으로 상대의 갑옷과 무기까지 꿰뚫으며 깃발 3개, 이름난 적장 50명을 참살하는 무쌍을 찍고 유유히 본진으로 돌아갑니다.
이 화려한 소설 장면 때문에 조운은 불후의 삼국지 영웅으로 모두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다수의 적군을 뚫고 들어가 신속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에 '조자룡 헌 창 쓰듯 한다'는 말도 생겼죠.
바둑 장기 할 때 그 장기에서 '상'(象)이라는 기물이 이동 범위가 대단히 넓은데, 고수들이 상을 이용해 적진을 타격하고 한 번에 본진으로 돌아오는 묘수를 발휘하면 눈알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상'을 잘 쓰는 사람에게 '조자룡 헌 창 쓰듯 한다'는 말을 붙여주기도 하죠.
이 말이 자주 쓰이다 보니 원래 맥락과 좀 다르게 마구잡이로 돈이나 물건을 함부로 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게 됐습니다. 홍 의원이 이야기한 건 이런 맥락인 듯합니다. '창' 대신 '칼'이 쓰이게 된 것도 와전된 것으로 봐야겠지요. 다만 기병대장 조자룡이 전장에서 휘두른 '헌 무기'는 칼보다 창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위에서 서술한 하후은의 청강검인데 그 검은 헌 칼이 아니라 새 칼이었습니다 ㅎㅎ 그러니 '조자룡 헌 창 쓰듯 한다' 또는 '조자룡 새 칼 쓰듯 한다'가 용례에 맞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