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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Dec 08. 2020

20. 인왕산의 여름 (2018.07.08)







인왕산에 올랐다.

경쟁하듯 솟아오른 고층 빌딩들

소음과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자동차

복잡한 신호와 교통체증

그리고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물결


1900년대 초 1,700만 명이던 인구가

7,600만 명(남한 5,100만 명+북한 2,500만 명)으로

4.5배 증가하였고

가장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에서

세계 제10위의 교역량을 가진 글로벌 국가로 성장하였다.


눈부신 경제성장은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수많은 개발품은

인간을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의 파괴는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불러왔고

소음, 먼지, 황사, 중금속을 낳아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신문명은

환경오염

대기오염

수질오염

그리고 생명의 오염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일 년 중 많은 날들이

미세먼지, 황사, 매연, 공해로 하늘이 뿌옇고

시야가 탁하게 막혀있다.

방송마다 건강에 안 좋다고 마스크를 쓰라 하고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라고 한다.


나는 대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인왕산에 오른다.

미세먼지가 많고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은

인왕산에 오르지 않는다.

코끝으로 달려드는

목구멍으로 밀려드는

미세먼지가 내 생명을 훔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집에서 쳐다본 인왕산은 깨끗하다.

숲들은 푸르름을 더했고

잎들은 싱그럽게 피어났다.

멀리 기차바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렬과

성곽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눈에 바짝 다가선다


물병에 카메라 하나 매고

인왕산을 오른다.

오염을 걷어낸 하늘과 바람과 구름

꿋꿋하게 서서 푸르름을 더하고 있는 소나무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오늘에 든든히 서 있는 나

그렇게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어

인왕산 정상에 서 있다.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공생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태계와 공존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푸르고 빛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범바위를 지나 내일로 간다.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0길 47-4 인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화장실이 있다. 왜 풋살화장실일까? 주민을 위한 작은 풋살경기장 옆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인왕산 자락의 정자. 산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비를 피하고 잠시 쉼을 제공하는 소중한 장소이다. 동네 소식의 출발점이자 사랑방이 이곳이다.


인왕산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안산(鞍山). 인왕산이 바위가 많고 험한 남자라면 안산은 나무와 숲이 어우러진 여자다. 안산자락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힐링의 장소다.


인왕산 성곽에서 남산으로 시선을 돌리면 범바위가 보인다. 인왕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오르는 바위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감탄한다.


범바위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성곽을 따라 황톳길에 돌을 쌓아 계단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걸어갈 때마다 먼지가 풀풀, 하지만 시멘트 도로에 비할 수 없는 멋진 산성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나무는 단연 소나무다. 인왕산의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는 내리고 사느라 키가 작고 굽어 있다. 하지만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곧곧하게 살아온 역사의 증인이다.


인왕산은 서울을 내려다본다는 느낌, 남산은 서울을 둘러본다는 느낌이 있다.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웅장한 모습으로 벅찬 감동을 준다. 서울은 우리가 이룬 현재이자 미래다.


개인적으로 남산에서 바라보는 도심보다 인왕산, 안산에서 바라보는 도심이 멋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어디에서나 보이는 상징적 건물인 남산타워가 있기 때문이다.


인왕산의 남쪽은 빌딩의 숲이 자리한 서울의 현재, 인왕산의 동쪽은 궁궐과 같은 오래된 건축물이 반짝이는 서울의 과거이다. 현재와 과거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서울은 매력적이다.


인왕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종로구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풍경. 한옥, 식당, 갤러리, 카페가 있는 서촌을 품고 있는 곳이다. 서울의 과거를 보고 싶다면 이곳을 돌아보라 권한다.


인왕산  중턱에서 바라본 성곽과 서대문구 풍경. 인왕산에서 서울 도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소나무 옆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서울은 감동이다.


소나무가 어떻게 바위 사이에 뿌리내렸을까? 좁은 틈새로 팔과 다리를 뻗느라 많이 아팠을 소나무. 그 소나무 옆에 세상에서 마음 다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간다.


인왕산 정상에서 옥인동으로 내려가면 수성동 계곡이 있고 종로 9번 버스 종점이 있다. 경복궁역, 통인시장,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시청과 숭례문으로 간다면 버스를 타고 가자.


인왕산에서 바라본 안산 풍경, 안산 너머 마포구, 한강, 양천구, 강서구가 이어지고 멀리 인천의 계양산이 보인다. 날씨가 맑으면 멀리 서해 바다와 강화도가 보인다.


사진 중간에 보이는 숲이 하늘공원, 그 우측이 노을공원이다. 서대문구 일대와 마포구 일대, 그리고 멀리 강서구까지 보이고 노을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인왕산 정상이다.


63 빌딩(사진 중앙 왼쪽)과 여의도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오고 뚜껑이 열리면서 로보트태권브이가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국회의사당(우측 중앙)이 보인다.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풍경


누구나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소음과 사람들로 채워진 도심에서 벗어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데 산만큼 좋은 곳은 없다. 마음이 복잡할 때 인왕산으로 가자.


정상에서 성곽길을 따라 가면 기차바위에 다다른다. 노을 지는 저녁, 기차바위에 올라 서대문구, 한강, 강서구를 지나 인천 앞바다까지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에 마음도 노을에 물든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 북한산의 봉오리가 다가서고 구기동과 평창동 풍경이 펼쳐진다. 보이는 것만큼 표현할 수 없는 글의 한계.


서울에서 산과 숲과 집들이 잘 어울린 공간, 역사가 흐르고 우리들의 삶이 쌓이고 흐르는 공간, 권력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머무는 공간, 이곳이 종로구다. 


인왕산의 성곽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인왕산 정상을 지나 부암동, 북악산, 낙산, 동대문으로 이어진다. 성곽으로 이어진 길을 한양도성길이라 부르고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홍제동은 내가 사는 동네. 그 동네와 살을 맞대고 서있는 인왕산.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까이 있으니 마음도 가까워지는 인왕산과 나. 친하게 지내볼 참이다. 


같은 곳에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여기에 오르기까지 함께 한 그대가 있어 내가 있음을, 그대의 사랑이 있어 내가 살아감을 느낀다.


이 사진을 찍을 때쯤 성곽보수공사가 있었다. 덕분에(?) 보수 전, 보수 후의 성곽 색깔이 달라졌다. 새것이 주는 기쁨보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아주 가까운 곳에 서울 도심을 바라볼 산이 있다는 것,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산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는다


북악산(342m)은 인왕산(338m) 보다 4m 더 높은 산이다. 성곽길은 개방되었지만 부분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곳이 있다. 조금씩 개방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 돌아볼 수 있겠지.


마포구와 한강 그리고 강서구 풍경. 단독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로 변한 지 오래다. 남은 주택도 언젠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아파트로 변할 것이다. 누군가의 추억과 역사가 사라지고 있


사진의 중간 부분의 주택들이 많은 곳도 지금은 재개발되어 아파트 촌으로 바뀌었다. 담장 너머 순이의 얼굴을 보던 시대는 갔다. 나누고 베풀던 정도 사라졌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인왕산은 약수터가 있지만 대부분 말라서 사용할 수 없다. 바위산은 물을 머금을 수 없기 때문에 비가 오면 바로 흘러내린다. 그렇게 물이 귀한 산에서 나무들이 자란다. 대단하다.


북한산은 인왕산 높이보다 더 높은 곳까지 주택들이 이어진다. 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산꼭대기까지 길을 만들고 주택을 지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과 자연의 풍요로움은 반비례한다.


인왕산 정상을 지난 성곽은 산 아래로 흘러 창의문을 지나 북악산으로 이어진다. 한양도성길의 제4구간이 이곳이다.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이 이곳 인왕산 구간이다.


부암동은 부침바위(付岩)에서 유래되었다. 약 2m 높이의 바위에 다른 돌을 자기 나이만큼 문지르고 난 후 손을 뗐을 때 돌이 떨어지지 않으면 사내아이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세검정에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인왕산. 소나무와 바위가 서로 어깨를 겪고 살아온 시간들이 이 풍경 속에 담겨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한숨과 웃음과 눈물과 땀이 이곳에 서려있을까


내부순환도로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홍제동, 위쪽은 홍은동이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만 예전에는 내부순환도로가 밀리는지 인왕산 등산 중인 사람에게 가끔 물었었다.


사진 왼쪽 중간이 상명대학교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 중 국민대와 함께 가장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왕산의 북쪽 끝, 이곳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통일되면 내가 저곳에 마음대로 올라 쉬어갈 것이다. 


1623년 인조반정을 주도했던 이귀, 김류 등이 광해군 폐위 문제를 논의하고 칼을 씻었다고 세검정(洗劍亭)이라 불렀다. 부암동, 홍지동, 신영동, 평창동을 합쳐서 지칭한다.







(2018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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