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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Oct 29. 2020

19. 인왕산의 겨울 (2016. 12. 10)

친구들과 인왕산의 겨울을 걷다






20여 년 긴 시간을 같은 직장의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선배들과 함께 인왕산을 올랐다.

격월로 서울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고,

격월로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면서

이제는 눈빛만 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정도로

서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나이 차이도 있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할 당시 직급도 다르지만

이제 모두 다른 직장에서 살아가다 보니

형이고 아우로 불리는 사이가 되었다.


내 속 마음을 꺼낼 수 있다면,

내 속 깊은 고민과 갈등을 말할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이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 있을까!


개인 건강 문제,

가정 문제,

자식이나 부모 문제,

직장과 사업 문제

등등

우리가 겪고 있는 무수한 문제

서슴없이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그런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청운동의 윤동주 문학관에 모여서 인왕산을 거쳐

안산 정상과 자락길을 구경하고 하산하는 산행길이다.

산은 높지 않지만 걸어야 할 거리가 먼 산행이다.

특히나 추운 겨울 산행이어서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산을 오른다.


오가는 대화에,

살아가는 이야기에,

군대 이야기에,

그리고 자식 이야기에

공감하며 산행을 이어간다.


그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 바람과 눈이 내렸다.

누구는 가정의 문제로 많이 아팠고,

누구는 건강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누구는 직장을 잃고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고

누구는 매일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과정들을 함께 나누고 살아온 시간들이

하늘의 해처럼 반짝인다.

아버지로서 말 못 할 고민을 이고 험한 세상을 오르기까지

용기와 힘과 위로를 전해준 동료들이 있어

마음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사랑이 있어

우리는 오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물질로,

때로는 마음으로,

때로는 기도로

서로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있어

내가 오늘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산을 오르는 내내 힘들지 않았다.

추운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어도 마음은 따뜻했다.

긴 시간을 걸어도 지겹지 않았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풍경을 지나도 외롭지 않았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만나면 힘이 솟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어제 봤어도 새롭고

함께 있어 외롭지 않은

행복을 주는 존재다.


그런 친구들과 인왕산을 오를 수 있어서 감사한 산행이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기차바위.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아래에 부암동, 멀리 북한산 아래에 평창동의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에서 공기가 제일 좋은 동네이고 가장 조용한 동네로 고급빌라가 많다.


나이는 다르지만 같은 직장에 근무했던 동료들. 함께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 동료들. 함께 산을 오를 수 있고 고민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인왕산에서 가장 잘 보전된 성곽. 다른 부분의 성곽은 새로 보수해서 반짝거리지만 이곳의 성곽은 세월의 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멋진 풍경이다. 전봇대가 없었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담장 너머 영희네 집을 흘금흘금 쳐다보는 것처럼 성곽 너머의 풍경이 궁금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보다 남이 살고 있는, 내가 보지 못한 곳을 보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다


기차바위로 가는 길. 바위에 뿌리내리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이겨온 소나무야 말로 인왕산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풍경이다. 그렇게 우리 민족은 오천 년을 살았다.


멀리 남산과 서울 도심의 풍경이 뿌연 미세먼지 너머로 보인다. 뿌연 안개 같은 세상을 쓰러지지 않고 살아온 우리 모두는 자랑스럽다.


정상에서 범바위로 이어진 성곽길. 저 성곽이 높아 경치가 잘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성곽에 올라가서 주변 풍경을 본다. 성을 쌓을 때 조금 낮게 쌓았으면 어땠을까?


많은 사람이 이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몇 년 전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는데 지금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권력을 바라보기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되길


동료들과 범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는다.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고 위로와 평안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인왕산 선바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촛불을 밝히고 기도한다. 더 많이 달라는 자기 욕심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이라.







(2016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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