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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Mar 19. 2023

내 공간에서 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내 삶의 방식에 맞게 공간을 맞춰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솔로하우스'




'끝'이라는 자막을 보는 순간 밀려드는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항상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어떻게 하면 잘 끝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게 다반사였다. 다큐 외에도 이것저것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끝맺음하기만을 바라왔는데, 막상 집에서 마지막 방송 타이틀의 ‘끝’이라는 자막을 보는 순간 밀려들었던 감정은 ‘시원함’, ‘섭섭함’, ‘아쉬움’ 등의 느낌이 아닌 ‘그리움’이었다. 지난 3년여간 열렬히 사랑했던 ‘내 사랑’을 떠나보내는 마음이랄까?

 사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작년 봄, 다큐를 시작할 때 ‘왠지 모르겠지만 이 이상 하기는 힘들 것 같아’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곤 했다. 지금도 비슷한 심정이다. 공간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처럼 또 같은 이야기를 다룰 것 같지는 않아.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2020년 KCA 제작지원으로 첫 발을 떼게 된 공간 다큐멘터리. 3년이 넘도록 ‘공간’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만 제작을 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과거 PD, 촬영감독 위주의 오래된 다큐 제작 방식을 벗어나 동료들과의 협업을 대폭 늘여나간 것도 첫 경험이었다. 또 ‘한 평의 삶’으로 시작했던 ‘청춘의 방’ 이야기를 ‘솔로하우스’를 통해 끝맺음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다큐는 지난번의 설익었던 ‘한 평의 삶’에 비해 더 능숙하게 잘 마무리를 해야 했던 작품이었다.

 지난 3년은 나 스스로에게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기간이었으며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었다. 매주 또는 격주로 이어지는 정례회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작은 ‘느슨한 연결’ 상황 하에서 진행되었다. 제작 스태프들은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필요한 시점에서만 힘을 쏟아주면 되었고 촬영 콘텐츠를 정리, 편집, 관리했던 디지털 에디터들도 자신들이 맡은 부분에서만 명확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짰다.

 세 편의 다큐 제작을 통해 얻은 소중한 교훈은 ‘모호함을 제거하라’는 거였다. 논의되다가 방치된 결론, 미뤄둔 의사결정 등은 제작 과정에 있어서의 과 같았다. 회의를 통해 내려진 결론은 신속하게 전파되어야 했고 의사 결정은 투명하고 그리고 명확해야 했다. 내가 정확하게 정리를 하지 않으면 과정의 진행은 당연히 산으로 가기도 했다. 그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방식의 툴도 빠르게 도입하고 내가 먼저 활성화를 위해 독려하기도 했다. 모든 게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1년여간 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니 이제 제작진들도 그러한 과정들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또 여기에 나쁘지 않았던 내부 평가와 수상 등이 겹치면서 이 방식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마이크로하우징’을 도입한 SsD 박진희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의 가구 구조에 대한 인식 중 가장 큰 변화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1인 가구‘비정상적인 상태’로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되었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중 38%는 '나 혼자 살고 있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인 건데 이와 같은 사회의 트렌드 속에서 다큐 ‘솔로하우스’는 온전한 1인으로 살기 위한 나만의 공간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2편에서 계속...)


https://watcha.com/contents/tPDOVZ1?tab=episode_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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