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연결을 원하는 사람들의 '솔로하우스'
1인 가구나 청년 주거에 대한 관심은 전작인 ‘한 평의 삶’ 때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때는 좀 더 청년들이 처한 상황들 - 고시원, 원룸 등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의 현실을 보여줬다면 이번 ‘솔로하우스’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큐 '한 평의 삶' 보기
주변에서는 아무래도 '솔로'에 방점이 찍혀있다 보니 사회에서 원하는 바가 아닌 독신 생활을 찬양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에서도 1인 주거가 ‘비정상’이 아닌 일반적인 가구의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 산다'라는 개념이 결혼의 유무가 아니라 한 개인이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꾸미는 공간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공간에 맞춰가는 게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공간 - 솔로하우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조건들에 의해, 또 그런 것들 때문에 주어진 공간에 자신의 삶의 모습을 맞춰간다. 이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솔로하우스'에 출연한 주인공 분들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주어진 공간에 내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의 방식에 따라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또 한 가지 달랐던 점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이것이 또 ‘완벽한 고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 환경과의 ‘느슨한 연결’을 통해 좀 더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고 할까?
흔히들 독신 생활이라고 하면 왠지 고집스럽고 자기밖에 모를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솔로하우스'의 주인공 분들은 다만 그 고집이 남에 대한 완고함이 아닌 자신과의 약속에 대한 타협하지 않음인 것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에 나 자신에게 스스로 양해를 구하며 자신만의 규칙마저 어겨왔던가.
'가장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연결을 원하는 사람들의 집 - 솔로하우스'
'솔로하우스'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첫 번째 이야기들에서는 자신의 취미인 서핑을 통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서지 씨.
채식을 시작한 이후, 환경을 위해 '버리지 않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다샤 씨.
그리고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자신만의 캠핑 공간을 만들어낸 수향 씨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 여성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공간만을 말하고자 한 건 아니었다. 자기만의 공간으로 독립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 역시 독립적이고 주체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자기 공간 안에서는 '온전한 나'로 있기를 원하지만 주변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두 번째는 취미하우스는 취향이 모여 공간을 이루는 이색적인 사례를 통해 공간을 꾸미는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려 했다. 또 취미에 몰두하는 괴짜(?!) 같은 모습이 아닌,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공간 안에서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꾸며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굿즈 모으기,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 꾸미기, 책 수집 등 각자의 취미와 관심은 다르지만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주인공 모두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즐거워하기보다는 남들과 이 공간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솔로하우스'는 완벽한 고립은 물론 완전한 연결 역시 가능한 공간이었다.
나 역시 다큐를 제작하면서 주인공 분들의 삶의 순간순간마다, 그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언가... 그 느낌, 뉘앙스를 담아보고 싶었다.
(3편에 계속...)
"이곳에서는 나만 배려하면 돼요."
- 자신만의 솔로하우스를 만든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