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았다. 끔찍했던 IMF가 오던 그 시기를 그린 영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저마다 다른 감상평을 냈다. 지루하다는 사람부터 IMF때도 잘먹고 잘살던 사람은 있었다는 평까지.
나는 각본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현실을 제대로 그려냈고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메시지까지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 시대를 지나온 우리의 부모님들이 무척이나 힘든 시절을 지나오셨다는 것. 잘나가던 대기업도 와르르 무너지는 마당에 성실하고 건실했던 소시민들의 삶의 기둥은 금세 쓰러지고 말았으니까.
자본주의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성실히 일한 만큼의 결과가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얻는 만큼 다른 누군가는 잃게 된다. 마치 제로썸 게임과 같다.
나비효과처럼 나의 작은 행동이 어딘가에 영향을 준다. 의도가 어찌됐든 그 영향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극중 중소기업 사장 역할을 맡은 허준호처럼. 피해자처럼만 보이던 선했던 그는 결국 사업과 얽힌 누군가를 가해한 격이었다.
우리의 현재가 과거를 지나온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약은 사람이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사회에 밝은 유아인은 그 짧은 시기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는데 이는 어느 시대나 있는 부류이다. 뿐만인가. 기득권층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한 판단을 통해 나라 미래의 중대한 방향을 흔들던 정부 관료 역을 맡은 조우진 같은 부류도 늘 존재해왔다.
불행하게도, IMF 이후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생겼고 일자리를 전처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높은 실업률도 암울하기만 하다. 좋은 시대가 있던 만큼 어두운 시대도 오는 것. 어쩌면 당연한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인간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위기이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천성을 위협받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은 소중한 삶을 지키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전과 같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을 보호해주기를 절실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