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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뭉 Mar 05. 2020

도움을 요청하는 법

전남친의 여자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같은 공동체 안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는 이유로 

애도의 시기에 나의 감정을 괜찮은 척 포장해왔던, 억압해왔던 방어들이 터져버렸던 시기들.

말 못하고 울음을 삼키던 때에,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내 상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 나 상처받았어.'


그 얘기를 못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나의 선택을 인정하고 흘려보내지 못해서 과거를 포장했던 건 아닐까.

모두 다 나에게 말했었다.


'현재의 옆사람을 위해, 그만 해야할 거 같아'


그 모든 이야기들은 나를 위해 해 준 말이었고, 내 편을 들어 준 사람들도 있다.

이제 그만 상처를 딛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멘탈이 약하고 이전 일에 많이 얽매여 있는 사람을 볼 때면, 답답하다.

이야기해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을 땐,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좋은 조언을 해줄 사람들이 많다. 그 모든 사람들의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곁을 지키고 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사람의 말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판단 내리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나의 경험만으로 세상을 통찰할 수는 없다. 책도 읽고 영화도 봐야지.

레파토리가 지겨워지고, 내 식견이 좁다는 것이 들켜버릴 땐.

그 땐 다시 돌아보자. 내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처음 생각한 대로 쓰이지 않더라도 써 보는 것.

의도한 게 아니었더라도 이어가는 것.


사실, 이번 일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깨달았는데 그 모든 과정들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많은 일들. 

내가 얼마나 내 경험에만 의존해왔는지, 알게 해주는 일들.


경험에 의존하며 교만해지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 늘어짐 속에서 지연행동이 생겨났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나를 깎아먹고 있음을 알았다. 

내게 필요한건 나는 못한다는 인정을 통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었고, 

나에게는 나를 위해 조언해 줄 좋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이다. 


내가 그 모든 것들을 기쁨으로 받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나는 이미 성장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아픔들이 나를 일으킨 게 아니라, 같이 함께 살아가며 나의 아픔을 들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일어나게 되었다. 


아픔을 혼자 겪었다고 생각하는가? 

혼자 겪는 사람은 더욱 오래 걸렸을 것이다. 

예민한 감성을 가진 나라서,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에 이정도나 걸렸던 것이다.




나에게 청첩장을 준 그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해할 수 없다면, 적응하는 것.

적응할 수 없다면, 거부하는 것.

거부할 수 없다면, 좋아하는 것.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을.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 사람은 성공했다.

행복하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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