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O Apr 14. 2023

4. 위치를 바꾸는 일이란.

'카페에 앉아서'

 카페를 오픈하면 그것으로 완성이라고 생각했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아주 자주 일어난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메뉴들. 카페에 걸어놓은 사진. 때로는 좁아 보이고 때로는 더없이 합리적인. 내 기분에 따라 달리 보이는 테이블 배치 등.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하루에 한 번 무언가는 변한다. 변한 것이 없다면 내 마음이 변했는지 의심한다.


완성이란 있는 것일까? 조각이 50개나 되는 어려운 그림 퍼즐도 한 달쯤 잡고 애쓰면 완성할 수 있다. 형태가 정해진 것들은 그렇다. 하지만 카페는? 사람은? 나는 때때로 길을 잃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완성이란 말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끝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되었다!라는 지점에 도달한다면? 그대로 모든 것은 정지하는가? 그럴 리가 없다. 사람의 삶에 있어 끝이란 오직 죽음뿐이다.

또한 모든 완성은 ‘그 시점의 한계’를 상징한다. ‘~의 완성형’이라는 것 들은 실은 ‘지금 시대에서는 가장 최선’이라는 숨은 뜻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모든 완성은 과정이 된다. 한계의 지표가 되고. 새로운 방향의 지표가 된다. 

살아오면서 ‘완성했다’, ‘완성하겠다’는 말을 아주 많이 사용했다. 다짐으로. 때론 약속으로. 하지만 지켜진 적은 없다. 무언가는 여전히 부족했고. 내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단계가 펼쳐졌다. 나는 어느 순간 생각했다. ‘나는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야.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과정에 매번 도달하는 거야.’ 


낙서가 아주 거창했는데, 실은 내가 매일 애쓰고 있는 것들을 멋지게 포장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제 새로 배치한 테이블 세팅은 가족에게는 혹평을 받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새로운 메뉴는 아직 한 잔도 팔리지 않았다. 이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디저트 세팅도 일주일에 한 번은 바뀐다. 때로는 이것이 좋아 보이고. 때로는 저것이 좋아 보인다. ‘결단이 없는 사람의 변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분명 나는 결단도 부족하다. 절대 바꾸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주 쉽게 쓱 바꾼다. 하지만 분명 세상에는 ‘절대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은 없다고 믿는다. 세상은 항상 변한다. 사람들의 의식도 변한다. 날씨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변한다. 나는 오늘 출근하면서 긴 팔 셔츠를 입었다. 어제는 상상도 못 한 서늘함에 부르르 떨면서.  


누군가가 나의 새로운 메뉴를 마셔주길 바란다. 매번 위치를 바꾸는 테이블에 앉아 창 밖의 가을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대낮에는 켜 놓는 보람이 없는 조명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해주길 바라고. 볶아두지 않은 원두에 대해 질책하고 재촉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의 과정이 되어주길 바란다. 내가 항상 최선의 과정을 밟아나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3. 실수와의 싸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