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컬런 <<콜럼바인>>
모 페친의 소개로 얼마전 출간된 <<콜럼바인>>을 읽었다. <<나는 오늘 사표대신 총을 들었다>>의 저자와는 상반된 시각으로, 1999년 콜럼바인 사건을 복기했다.
책 <<콜럼바인>>의 가장 큰 단점은 ‘가독성이 높다’는 거다. 비극적인 실제 사건에 액션영화 시나리오같은 서사를 입혔다. ‘콜럼바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의 과거, 그리고 범행이 벌어지는 현재 상황이 병렬식으로 전개된다. 비극이 '너무 쉽게' 읽혀진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콜럼바인>>의 저자 데이브 컬런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저널리스트’인데, 콜럼바인 사건 취재에서 <<콜럼바인>>집필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저자의 주요 취재대상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두 명이다. 취재의 결론도 범인 2명이 각각 사이코패스와 우울증 환자라는 점이다. 컬런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미국 언론들의 잔인한 취재 관행, 평범한 죽음을 순교로 포장해 교세 확장에 사용하는 상업화된 미국 기독교계를 비판한다. 하지만 범인들과 같이 생활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해서는 온정적이다.
역시 기자 출신인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의 저자인 마크 에임스는 데이브 컬런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컬런의 결론을 반박한다.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고등학생 범인들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였고, 범행이 학교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에임스는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성격이나 정신적 질환에 주목하는 대신 가해자들의 회사와 학교를 프로파일링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와 학교에서 ‘분노 살인’의 원인이 배태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크 에임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만 해도 미국에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없었다며,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레이건을 지목한다.
레이건이 도입한 레이거노믹스가 경제를 넘어서 미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혹독한 경쟁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직장과 학교의 살인적인 경쟁이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증오의 대상이 된 약자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은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의 자유로운 총기 소유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꼭 총기 소유 문화 때문은 아니라고,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의 옮긴이는 말한다. 총기 보유가 합법화된 다른 나라도 있는데 미국에서 유독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데는 다른 구조적인 배경이 있다는 거다.
'라스베이거스 참사’ 소식을 접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