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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Oct 26. 2019

호주의 핸드워시 1위 'thank you' 를 아시나요

멜버른 바키통신원이 소식 전합니다 

    지금 나는 호주 멜버른에서 #한달살기 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주 월요일에 왔으니 이제 딱 5일 째. 한국에서는 #쿠팡(생활용품구입) #청소연구소 (청소) #런드리고 (빨래) #배달의민족 (식사) 등 덕분에 손가락만 까딱거리며 살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하나하나 다 직접 해야 하다 보니 뭔가 더 생활인 같은 느낌이 든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간단히 청소만 했는데도 시간이 훌쩍 지나있음.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가 '그냥 어슬렁거리며 살펴보다보면 재미있는 서비스, 브랜드, 회사들이 눈에 들어오겠고 왜 호주에서는 이런 비즈니스는 되고 이런 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많이 배우고 익히자!' 였는데 실제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여서 아직 5일 째임에도 얻은 것들이 꽤 많다. 


    아무튼 동네의 대형마트체인에 갈 때마다 눈에 띄는 멋진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thank you. 머무는 에어비앤비 화장실에도 핸드워시가 놓여있어서 '괜찮게 생긴 걸 가져다 놓았군' 생각했는데 마트에서 은근 자주 눈에 들어오던 브랜드. 핸드워시도 있고 샴푸도 있고.. 심지어 1.5L 생수도 판매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뭔가 싶어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Thank you 의 다양한 제품들 (사진출처:https://likeavegan.com.au/2016/12/change-the-world-with-thankyou/)


    이 브랜드는 2008년에 Daniel Flynn 이라는 19살의 청년이 창업한 소셜벤처였다. 1.5L 생수가 첫 제품(물이 첫 제품이라니 뭔가 신기..)이었고 '생수를 판매하여 물부족국가지원, 개도국 위생문제지원사업에 기부하겠다' 는 것이 사업의 시작. 

    

    처음엔 사업이라기 보다는 대학생활을 병행하며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했었던 것이었는데다가, 사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다보니 약 5년 간은 그 어떤 유통채널도 제품을 받아주지 않아서 사업이 아주 지지부진 했었음. 그러다 2013년, 본인들의 비전을 밝힌 영상이 Youtube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향을 얻게 되면서, 대형유통회사들에 Thank you 입점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청원이 이어지게 된다. 급기야는 Sunrise 라는 호주 유명 아침방송에 내용이 다뤄지고 진행자들이 펀딩을 하기 시작하면서.. 헬리콥터 두 대가 호주 제일 큰 유통회사 두 곳의 상공을 돌며 "changing the world (if you say yes).”  라는문구가 적힌 배너를 띄우는 일종의 '시위' 로 소위 대박을 터뜨림. 


    결국 두 유통사 모두 thank you 의 제품을 입점 승인하기에 이르고, 현재까지 호주 전역의 5,500여개의 매장들에서 thank you 의 제품이 유통되게 되었으며 제품 카테고리도 Food, Body care, Baby care 까지 확장하게 되었고 심지어 thank you 의 핸드워시는 동일 카테고리 내 점유율 1위라는 훈훈한 결말..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검색을 끝냈어야 하는데.. 계속 눈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웹사이트 정중앙에 야심차게 적어놓은 '우리는 Social Enterprise 입니다. 이익의 100%을 빈곤층에게 기부합니다' (실제 문구는 'Thankyou is a social enterprise. We believe we can end global poverty in this lifetime, together. That's why we commit 100% of the profit from our products to helping people in need' 이것임) 라는 문구가 신경쓰였다. Too good to be true (믿기엔 너무나 말이 안되게 좋은 말) 같은 느낌이라.. 


    아니 이익의 100%를 기부한다고? 이익이 얼마나 나는데? 창업 후 지금까지 약 50억원을 기부했다고? 아니 유통채널에 꽤 깔린 거 아님? 근데 겨우? 사업은 잘 되고 있는 게 맞아? 딱봐도 저관여 제품군에 진입장벽도 낮은데 진짜 잘돼? 이러나 저러나 100%라는 저 호기로운 문구 맘에 안드는데? 하는 삐딱한 생각으로.. 좀 더 깊이 파보기 시작. 


    thank you 주식회사는 'THANKYOU CHARITABLE TRUST' 라는 이름의 자선신탁단체에서 100% 소유하고 있으며 해당 자선단체의 등기이사는 thank you 창업자 세 명임. '선한 의지를 지닌 회사' 라는 브랜딩으로 인해 크고 작은 회사,단체들로부터 기부도 많이 받았음. Thank you 는 웹사이트에 2009년 부터 지금까지의 감사보고서를 계속 등재하고 있는데 2016년 대비 2017년 매출이 크게 감소했는데다 2018년 감사보고서는 아예 등재하지 않음. 그리고 말이 감사보고서지 상세 내역, 특히 비용지출에 대한 내역은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음.


그러다 이틀 전 발행된 따끈따끈한 기사 발견. "Financial statements show bottled water charity Thankyou spends big on staff, travel and entertainment"  https://www.news.com.au/finance/business/retail/financial-statements-show-bottled-water-charity-thankyou-spends-big-on-staff-travel-and-entertainment/news-story/f8804d8a82d4f4ae637751507408cabc


    그러니깐 "얘네 착한 일하는 척 하면서 자기네들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고 정작 기부는 별로 안 되고 있는 실체 밝힌다" 라는 건데.. 기사제목 보고는 '그럼 그렇지! 너네 딱 걸렸다!' 하고 흡족해하며(?) 내용을 봤는데..내용을 보니 좀 판단이 애매했다.


요약하자면 'thank you 얘네 매출도 하락하는데 직원들 돈 펑펑쓰고(직원 50명인데 연간 인건비 36억이야. 작년에 50%나 대폭 인상했더라고! 게다가 출장&접대비가 27억!) 전체 회사 이익의 100% 기부한다고 했는데 일부는 회사 사내유보금으로 남겨뒀어! 뻥쟁이야!' 인데.. 

Profit 100% donation 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는지 사이트에 이렇게 걸어놨음

1) 정말 비용을 펑펑 썼나? : 흠 글쎄..

    - 결국 직원 평균연봉 7천2백만원이라는 건데(인건비 안에 다른 비용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니 실제는 7천2백보다 적을듯).. '자선단체인데 뭘 이렇게 많이 받아!'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사실 이게 엄청 과하다고 보기도 힘들거 같다.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원래 자선단체에 준하는 월급을 줬었는데 그렇게 되면 이 경쟁상황에서 좋은 인력 유지하기 힘든 거 같아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작년에 50% 인상했어" 라고 해명했는데, 나는 충분히 이 설명이 수긍 되던데..thank you 에서 뽑으려는 인력들이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원하는 인력들이라면 당연히 그에 준하게 대우해줘야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거니까.. 한국도 인재확보에 난리인데 뭐 (참조:  스타트업 '인재확보 전쟁' 불붙었다)

    - 게다가 출장&접대비 증가부분은.. 2018년에 뉴질랜드 등 인근 국가로 시장을 확장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럼 당연히 출장&접대비 증가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27억이 좀 과해보이긴 하는데 이건 세부 항목을 살펴봐야 알듯. 


2) 매출감소한 것, 문제인가? : 회사는 매출감소에 대해 해명하기를, 회사의 가장 큰 매출카테고리 중 하나인 '생수'가 각 유통업체들의 미끼상품화 되면서 유통업체가 공격적으로 PB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면서 thank you제품과의 가격이 50%나 차이나게 되어 결국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져 매출하락을 가져왔다고 말했다.(실제 나도 매장가서 보니 thank you 는 2.1달러, 유통업체 PB생수는 80센트라서 thank you 에 손이 절대 안가더라고) 물론 회사 경영실패, 전략실패라고 봐야하긴 하지만 이게 '윤리/도덕적으로 잘못' 은 아닌 거 같은데...


3) Profit 의 100% 을 기부한다고 했으면서 왜 사내유보금을 남겼나? : 이건 그냥 회사가 좀 순진하고 호기롭게 '100%를 기부한다' 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들어온 태클같은 건데.. 사실 회사가 매 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딱봐도 DTC제품들 쏟아지면서 경쟁치열하고 진입장벽 낮은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거라.. 어느 정도의 예비비 회사에 남겨서 미래를 대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하나 좀 의문스러운 것은 Wikipedia 에 보면 회사로 Project를 의뢰하는 형태의 기부들이 꽤 들어왔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떤 회사로 들어온 거고 어떻게 쓰인 건지 궁금하긴 하다)


    아무튼 '여러가지 운과 노력이 따라서 꽤 건강한 브랜드와 회사를 만들어냈는데, 진입장벽도 낮고 시장의 경쟁상황도 날로 회사에 불리해지는데다.. 회사가 조금은 동아리같이 운영되면서 본인들이 만들어낸 성과에 심취해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고..그러다보니 눈엣가시로 벼르고 있던 언론사 포함 적들도 좀 있었던 거 같고.. 이제 좀 물어뜯기겠네 ㅠ 고치고 바꿔야 할 것들이 많겠으나 잘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결론. 


    처음엔 '와, 신기한 브랜드다! 좀 살펴보고 대표님들께 알려드려야지!' 생각하고 살펴봤던 건데, 오히려 Social Enterprise 로 잘 성장하려면 뭐가 중요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우니 오늘의 #호주통신원 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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