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mulus inc, Supernormal 을 사랑하셨던 당신이라면!
호주 멜버른에 한 달 살러 간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주셨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말씀 주셨던 Cumulus inc 를 비롯해서 Supernormal, Cutler&co 과 같은 식당들이 있었는데요. '진짜 맛있나..' 하고 찾아보다 보니 이 세 개의 식당들이 모두 한 명의 주인이 운영하는 곳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주인은 얼마나 의욕적인지 Marion, Tipo 00 등 총 10개의 서로 다른 컨셉의 식당을 멜버른에서 운영중이더라고요. (게다가 그 모든 식당들이 구글맵 별점 최소 4.2점으로 최상위권!) 완전 성실한 Entrepreneur 잖아!!
그래서 오늘은 멜버른의 미식 Scene 을 언급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바로 그 사람, Andrew McConnell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멜버른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부분의 '요리사' 커리어를 유럽과 아시아에서 쌓았습니다. 첫 커리어는 런던에서였고요.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중, 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들어준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그렇다고 러브스토리는 아니고요) 그녀의 이름은 Debbie Sharpe. 음악칼럼리스트였던 그녀는 그 전에 80-90년대에 당대의 탑스타 Adam Ant 의 수행비서로 십 수년간 일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후 음악칼럼리스트로 일하면서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셀러브리티의 식사를 책임지는 Food catering' 사업을 꿈꿔왔습니다. 그러다 Andrew McConnell 을 만나고 그를 첫 직원으로 채용하게 되죠. 사업의 시작은 언제나 실행력이 중요한 법 ㅋㅋ 그녀는 채용즉시 McConnell을 바르셀로나로 보내고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니까 더 궁금한 부분들은 그녀의 인터뷰를 참고하세요) McConnell은 현지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스페인 왕자님의 개인요리사로 일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죠!! 3년의 시간동안 왕자님의 요리사로 일하며 그는 그 전에 해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휘트니 휴스턴(무려 보디가드로 대박이 난 직후의 휘트니 휴스턴!)의 개인요리사로 자리를 옮겨, 전세계를 누비며 '식대제한 없이 무궁무진한 식재료를 시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밖에도 Bryan Ferry, Tom Jones 와 같은 당대 핫한 뮤지션들의 개인요리사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말, 그는 화려한 경험들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모험을 위해 아시아로 향합니다. 홍콩에서 3년, 상하이에서 2년 동안 탑 레스토랑의 Head Chef 로 일하면서 아시아의 식재료들을 경험하고 익히게 되죠.
이윽고 2002년, 그는 자신의 고향인 멜버른으로 돌아옵니다. 큰 뜻을 품고 첫 번째 식당 다이닝룸211(지금은 폐점한듯요) 을 열었지만.. 창업은 혹독한 것..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고 또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지금의 유명세를 있게 한 Cumulus inc 를 열게 됩니다.
Cumulus inc 는 all-day dining, 그러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브레이크타임도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을 컨셉으로 내건 멜버른 최초의 식당(이게 뭐가 큰 일이라고? 하시겠지만.. 제가 와보니까.. 멜버른엔 이게 큰 일 맞아요.. 오전 7-8시에 열어서 오후3-4시에 닫는 식당과 오후 5-6시에 열어서 저녁 10-12시에 닫는 식당이 여전히 대다수인데 2008년엔 더 그랬겠죠) 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당시 다른 식당 셰프들에게 욕 좀 먹었다고.. 그리고 '맛있음 뿐만 아니라 건강하기까지 한 음식' 에 집중한 몇 안되는 식당이었죠. 전 사실 Cumulus inc 가 맛있고 좋은 식당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멜버른의 다른 식당들에 비해 매우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는데요. 여러 자료를 살펴보다보니, 지금 멜버른의 주류로 자리잡은 '건강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한' 캐주얼다이닝씬을 만들어낸 주역이 Cumulus inc 이고 다른 식당들이 Cumulus inc 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금과 같이 하나의 Scene 이 형성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찍은 사진들인데..못 찍어서 죄송.. 그래도 딱 봐도 굉장히 건강해보이죠...)
이 밖에도 McConnell 이 운영하는 10개의 식당은 모두 서로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인다이닝 Cutler&co, 와인바 Marion, 아시아퓨전 Supernormal, 정육점 Meatsmith, 차이니즈퓨전 Ricky&Pinky 등.. 본인이 전세계를 누비며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하나씩 쏟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명실상부 멜버른, 아니 호주의 미식Scene 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McConnell
어제는 그의 또 다른 식당인 와인바 Marion 을 갔었는데요. 멜버른식(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의..그런 음식이랄까요..) 타파스바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어때요? 허허 음식들이 참 건강해보이죠? 참고로.. Marion 은 Glass wine 인심이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 양이 더 많아요. 술 좋아하시는 분들 업무에 참고 바랍니다..)
10개 중 단 두 곳만 경험해보았지만, #심플하고캐주얼한 #신선하고건강한 #채소가주를이루는 #맛이강하지않고오히려심심하기까지한 .. #그러나확실히맛있긴한음식 정도로 제 나름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는 아직 50대 중반,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또 다른 도전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미 2020년 여름에 시내 중심가에 식당 하나 더 연다고 발표했..) 멜버른에 가실 일이 있으시거든, 멜버른 미식계의 성실한 창업가 Andrew McConnell 를 기억해주세요! ㅎㅎ
*이건 딴 얘기인데요, 호주 식당들은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다들 웹사이트가 있고 심지어 그 퀄리티도 꽤 높은 수준이예요. 새로운 메뉴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것 같고 예약시스템도 잘 갖춰져있습니다. 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봤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로 식당 웹사이트가 잘 되어있는 곳은 처음 봤어요. 분명 웹에이전시들의 작품일텐데.. 호주가 글로벌서비스들의 SI사업을 많이 하나? 스타트업 상위랭커들이 모두 B2B Enterprise 던데, 기본적으로 IT를 아웃소싱하는 문화가 잘 구축되어 있나? 등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직 조사가 미흡해서 결론은 없는데,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세요!